안진회계법인은 글로벌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와 한국 파트너 제휴를 맺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공식 법인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내부사정에 정통한 제보자들은 ‘일요신문’에 “지난달 딜로이트 미국 본사가 안진회계법인 세무본부 임직원 수십 명을 ‘포렌식(forensic·범죄 과학수사) 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혀 왔다.
서울 여의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사진=이종현 기자
제보자들에 따르면 딜로이트 본사의 통보 후 안진회계법인은 협의를 통해 포렌식 조사 대상 임직원을 10명 안팎으로 줄였다. 그런데 조사 통보 일주일 후 조사 대상자 중 5명 안팎의 임직원들이 일시에 퇴사했다.
제보자들은 딜로이트가 국내 대형 법무법인 K로펌에 의뢰해 포렌식 조사를 시행 중인 것으로 전했다. 한 제보자는 “딜로이트의 이번 조사 목적은 안진회계법인 특정 본부가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 정보를 사전 입수해 기업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세무자문 용역을 제안하는 위법 행위를 했는지 여부로 알고 있다”며 “또한 세무당국이 특정 혐의를 포착해 자료를 싹쓸이 해 조사하는 영치조사와 관련해 기업들에게 사전 준비를 시켜 공무방해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이번 포렌직 조사는 안진회계법인 내부자가 딜로이트 본사에 내용을 신고함으로써 촉발된 것으로 전해진다”며 “전임 대표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묵인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지난해 5월 취임한 현 안진회계법인 대표가 직전 보직이 세무자문본부장이었다는 점에서 조직 내 권력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 등에 로비 자금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놓고 딜로이트가 K로펌을 통해 고위 임원, 퇴사 임원 등을 포함한 10명 안팎에 대해 이메일, 개인계좌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포렌식 조사는 각종 디지털 데이터 및 메신저 대화, 이메일 접속 기록 등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기법으로 전통적인 감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법으로 꼽힌다. 특히 회계법인에 있어 포렌식 조사는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라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의무가 강화되면서 회계투명성 제고와 회계 부정 등 부정조사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법인에게도 포렌식 조사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업무처리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달 초부터 2주일간 안진회계법인에 관련 내용에 대해 문의했으나 상세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안진회계법인은 “세무자문본부 내 일부 임직원이 퇴사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 법인 규정상 인사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는 짤막한 이메일 답변을 보내 왔다. 법무법인 K로펌 관계자도 “수임한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다만 안진회계법인이나 K로펌나 ‘일요신문’이 문의한 내용에 대해 부인의 뜻을 표명하지 않았다.
안진회계법인 입장에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사건 연루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포렌식 조사 논란으로 내위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2017년 4월 5일부터 2018년 4월 4일까지 1년 동안 업무정지 제재를 받아 신규 감사업무를 수임할 수 없었다. 이 여파로 감사대상 법인 수가 2016년 223곳에서 2017년 106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안진회계법인은 금융위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5일 서울행벙법원은 “소속 공인회계사의 위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은 과중하다”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안진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승소의 기쁨도 잠시 지난 14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을 놓고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냈다. 증선위는 안진회계법인이 외부감사인으로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3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업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제재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다시 한 번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