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고성준 기자
2016년 말 제기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이 나기까지 2년이나 걸린 이유는 워낙 독특한 경우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전례가 없고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정치권과 기업 간 분위기도 살펴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고의 공시누락 혐의를 배정받았던 특수2부도 마음고생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록 증선위의 결정이 나기는 했지만 삼성바이오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공방이 치열하다. 과거와 현재의 판단이 다른 탓이다. 2016년 12월 21일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질의서를 발송하며 삼성바이오의 회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금감원은 “회계기준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참여연대는 2017년 2월에도 금감원에 특별감리 요청서를 발송했지만 당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여러 외부 평가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답했다. 진 전 금감원장은 다만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공인회계사회와 감리 여부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권과 함께 바뀌었다. 결국 증선위는 지난 7월 12일 삼성바이오의 공시누락 고의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도,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2015년 이전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며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문제없다’고 답한 금감원은 지난 10월 17일에는 고의 분식회계라는 재감리 결과를 증선위에 보고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증선위는 최종 결론을 냈다.
증선위 판단에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은 금감원이 증선위에 증거물로 제출한 삼성 내부 문건이다. 해당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에서 작성,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고의성을 띠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 논의 정황도 포함돼 있다.
문건에는 ‘물산TF 바이오젠사 옵션 이슈’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바이오 주식가치 영향 반영 예정’과 ‘옵션효과 반영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 효과를 할인율 조정으로 상쇄하여 3.3조 원으로 평가 산정 예정’ 등이 명시돼 있다. 또 ‘2015년 3분기 검토 준비사항’으로 ‘바이오젠사 옵션 처리’, ‘(부채 vs. 자본) 방안 논의’가 적혀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더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정권과 시기 등도 따질 필요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 역시 “금감원 재감리 기간 제출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이 재감리와 증선위 논의에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 측은 증선위 최종심의 결과에 대해 “기업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 및 제반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은 바 있다”며 “다수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알렸다.
삼성은 삼성바이오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연결되는 분위기인 탓에 말을 아끼고 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과거 정부와 여러모로 다른 것은 확실한데, 삼성 입장에서는 승계부터 지배구조까지 복합적으로 엮인 문제라 후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소송을 진행하면 길어질 테고 그러다 보면 이 정권 이후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삼바 개미투자자 8만 명 “그래도 상폐는 없을 거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주식매매 정지가 최소 42영업일에서 최대 57영업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 22조 원으로 코스피 6위의 삼성바이오가 거래정지되자 8만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삼성물산(43.44%)과 삼성전자(31.49%)가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들도 25.07%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부터 거래정지된 지난 14일까지 삼성바이오의 한 달간 거래를 살펴보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043억 원과 1479억 원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3502억 원을 순매수했다. 또 상황이 급박해진 지난 12~14일에는 기관과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921억 원이었던 데 반해 개인은 986억 원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개인들이 가져간 것이다. 결국 매매정지 결론이 나기 이틀 전인 지난 12일 삼성바이오 주가가 전일 대비 22.43% 급락한 때부터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피해가 커진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4일에도 매수 주요 주체는 개인투자자들이었는데,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 당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한 것”이라며 “개인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외국인이나 기관은 위험을 피하는 것에 비중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증선위 결론이 나온 14일까지 대부분 증권사 리포트들이 매수 의견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는 “상폐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매도 리포트를 낼 이유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와 관련해 이전부터 계속 언급이 나와도 업계에서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앞서 비슷한 심사대상이었던 16개 상장사가 상장폐지 당하지 않았고, 상장폐지 시 투자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상장폐지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