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이 10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동안 관세청에 몸담은 박 사무관은 기업에 거둔 세금을 도로 환급해 주라는 상부의 지시가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박 사무관은 기존 8%였던 세율을 0%로 조정해 기업에 환급해주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파악했다. 관세청 내부에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보고서를 여러 차례 올렸다. 하지만 관세청은 부당한 환급이 이루어졌는지 들여다보는 대신 박 사무관을 감찰했다.
부당환급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관세청에 대해 내사를 벌였지만 관세청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애를 먹었다. 관세청장은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문제를 제기했다. ‘협조요청’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이 공문에서 관세청은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중앙행정기관을 수사하는 것이 공정하고 적법한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법기관을 무시하는 초법적 발상에 경찰이 반발하고 있는데,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경찰은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명령불복종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박 사무관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징계가 약하다며 더 높은 수위의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징계재의결을 요구했다.
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세청의 내부고발 직원에 대한 감정적 처사가 드러난다. 관세청이 작성한 ‘징계재의결 요구사유’에는 △SNS 및 내부게시판을 통해 관세청과 관련업체, 소속 상관을 비방하는 허위사실을 유포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며 언론을 통해 조직과 동료직원을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 △수출입 기업에 대한 갑질 △관리자로서의 자질부족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 등을 토대로 박 사무관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 담겨 있다.
대외적으로 관세청 내부 민원을 밝힌 것이 허위사실이므로 조직과 동료를 비방했다는 것. ‘허위사실 유포’도 징계 사유로 수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가 계획돼 있고, 경찰 내사 종결조차 결정되지 않아 허위사실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언론보도를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칫 내부 직원의 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부처로서 적절치 못한 처사다.
박 사무관은 “직위해제와 정직으로도 부족해 더한 중징계를 내려달라는 조직이 두렵다”며 “언론에 제보한 적 없는데, 언론제보자로 몰아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보도가 편향적으로 나가서 더 이상 설명할 부부이 없다”며 “(문제로 지적된) 박 사무관 징계재의결 요구 사유에 대해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