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2℃를 넘어선 오후, 주 사장은 시원한 물잔을 내려놓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가맹점 68개를 확보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사장이지만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가맹점 세 곳 이상을 돌아다니며 맛관리, 고객관리에 직접 나서고 있다.
그가 가맹점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고객들로부터 ‘본점과 맛이 다르다’라는 불평을 듣지 않기 위해서다. “음식점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봅니다. 일반 공산품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환불이나 반품이 가능하지만 음식점은 그렇지 않거든요. 만족하지 못하면 그 음식점은 다시 찾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모밀국수와 우동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지만 그도 11년 전에는 음식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샐러리맨이었다. 그런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다름 아닌 일본의 우동집. 일본 출장길에 마주친 줄을 길게 늘어선 조그만 우동집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그 무렵 우리나라에는 일본처럼 우동이나 모밀, 초밥 등을 분식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유명하다는 우동집, 일식집을 돌아다니며 원액과 소스를 구해와 맛 개발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육수와 소스를 만들어냈다. 맛에 있어 자신감이 생기자 95년 숭인동에 8평 규모의 가게를 열었다.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손님들로 붐볐다. 조그만 규모였지만 일평균 매출이 70만원을 기록했다. 주중에는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배후 주택가의 주민들이 찾아와 매출은 꾸준히 이어졌다.
체인점 개설 문의도 잇달아 들어왔다.
그는 맛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육수와 소스의 노하우를 100% 전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식자재는 그가 직접 물류관리를 하다가 가맹점의 구매율이 높지 않아 2년 만에 정리, 현재는 아웃소싱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신, 모밀과 우동 등의 면류와 초밥재료 등 1차 식재료는 본사에서 직접 공급하고, 나머지 부재료는 가맹점에서 직접 사도록 하는 독립가맹점 시스템을 도입했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기존의 매장들을 통해서 가맹점 수가 점차 늘어났다. 가맹점 수가 늘면서 메뉴도 늘어났다. 알밥, 초밥, 돈까스 등을 추가해 면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정식메뉴와 세트메뉴를 출시했다. 겨울에는 우동 세트가, 여름에는 시원한 모밀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세트가 많이 나가는 편이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육수에 모밀 면을 미리 말아서 나오는 한국식 ‘오이채 모밀국수’의 매출이 높다고. 주씨는 “50~60년 동안 이어지는 장인정신이 일본의 우동집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며 “일본음식이지만 우리 입맛에 맞도록 메뉴를 개발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본점인 창동점은 15평 규모. 일평균 매출이 1백10만원, 마진은 40% 정도다. 지난해부터는 저녁매출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주메뉴를 구성, 제2 브랜드인 ‘행촌다미’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현재 3개점이 성업중이다.
‘행촌소바’ 창업비용 (15평 기준)
교육비 5백만원(노하우 전수 포함),
가맹비 8백만원
인테리어 1백70만원(평당)
간판 3백만원
주방기기2천5백만원(수족관, 냉장·냉동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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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천6백50만원 (점포비용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