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하며 마약 투여” 진술…막장에 가까운 범죄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수년 전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경찰 수사 단계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양 전 회장이 본인 소유 오피스텔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피해자 등을 조사한 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리고 ‘일요신문’ 취재 결과, 성폭행 과정은 매우 죄질이 좋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전후로 회사 여직원을 성폭행했다. 양 전 회장 등에 따르면 둘은 내연관계였는데, 양 전 회장은 전 아내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여성이 바람을 폈다고 의심했다. 분노한 양 전 회장이 해당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 과정에서 약물을 투여했다는 게 피해자 조사를 통해 드러난 진실이다.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물의를 빚어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아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1월 16일 오전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수원남부지방경찰청(수원남부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양 전 회장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측은 “해당 혐의에 관해 상당한 정황과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양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던 시점에, 성폭행 혐의도 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하지만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폭행과 별개로, 약물(마약으로 추정되는) 투여까지 이뤄진 악질 범죄지만 범행 발생 시점이 너무 지났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뭔가 주사를 놨는데 약물 같았다’는 진술이 있지만,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너무 시점이 지나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도 “양 전 회장의 범행 내용을 보면 상식 밖 행동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양진호 전 회장으로 마약 수사 시작되나
“필로폰과 대마초 등 양 전 회장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 (양 전 회장 회사 관계자들 경찰 조사 시 진술).
양 전 회장은 몰래 혼자 마약을 투약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2015년 가을 홍천 연수원에서는 임직원 8명과 대마초를 나눠 피운 혐의도 받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 혐의로 구속된 양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경찰은 양 전 회장 관련 마약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양 전 회장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이는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아내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마약을 확보하게 된 과정도 주목하고 있다. 양 전 회장에게 대마초를 제공한 공급책 1명이 유사 범죄로 구속된 것을 확인해 추가 입건했으며, 양 전 회장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전현직 직원들도 기소할 계획이다. 또 필로폰 공급 루트 수사도 계속 할 방침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양 전 회장의 경우 관련자들의 진술이 꽤나 일관성 있고, 아내에게 마약을 강요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단순 마약 투약뿐 아니라 강요에 대한 부분도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 관계자 역시 “통상 마약 수사는 공급책을 잡으면, 그의 연락망 등을 통해 위아래로 수사가 확대된다”며 “양 전 회장이 수년간 필로폰과 대마초 등을 해왔다는 것 아니냐, 양 전 회장 마약 수사 확대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제 포르노도 필터링 없이 올려
양진호 전 회장의 부를 이루게 해 준, 음란물 역시 추가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헤비업로더(콘텐츠를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필터링은 제대로 하지 않는 수법을 양 전 회장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이에 관여한 이들 역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음란물 유포를 도운 관련 업체 전·현직 임직원 등 19명과 업로더 61명, 양 회장과 대마초를 나눠 피우고 동물을 학대한 임직원 10명을 형사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또 양 회장의 웹하드에 음란물을 올린 업로더 59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 전 회장은 위디스크 등에 불법 촬영된 음란물 5만 2000여 건, 저작권 영상 등 230여 건을 유포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양 전 회장이 70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회장은 이를 독식하지 않았다. 헤비업로더들을 관리하면서 필터링 업체까지 소유해 음란물 유통을 주도했다. 파일 다운로드 양에 따라 실적이 좋은 업로더를 ‘우수회원’으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2억 원 넘게 수익을 올린 회원도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업로더를 준회원, 정회원, 으뜸회원 등으로 나눠 수익률을 5∼18%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 공익 제보자 등장에 ‘수사 확대 가능성’도
양 전 회장의 비리를 추가로 폭로하는 기자회견 자리도 있어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회장 소유회사의 한 임원 A 씨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양 회장이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구속되는 직원에겐 3억 원, 집행유예 받을 시엔 1억 원, 벌금을 맞으면 두 배 금액으로 보상하겠다”고 양 전 회장이 제안했다는 게 A 씨의 주장. 허위 진술을 해서 처벌을 줄여주거나, 죄를 대신 뒤집어 써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A 씨는 현장에서 투명 지퍼백에 든 흰색 봉투를 꺼내며 “양 전 회장이 한 임원에게 준 500만 원이다. 그는 거부했으나 강제로 받았다. 임원인 나를 찾아와 돈을 맡겼고, 내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 구속 이후에도 만나자, 도와달라 등의 문자, 카톡, 전화가 계속 온다”고 A 씨는 밝혔는데, 거짓 진술 강요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양 전 회장은 국민적인 분노를 사고 있고, 100명이 넘는 규모의 수사팀이 꾸려지지 않았냐”며 “단순 폭행 영상에서 시작했지만, 마약 투약 및 성폭행, 허위 진술 강요 등도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