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이 지난 7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박정훈 기자
1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일그룹 전 대표 류 아무개 씨와 이 회사가 진행한 인양 프로젝트의 총지휘를 맡았던 진 아무개 씨를 13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도피 중인 주범을 검거하고 나머지 공범들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추가범행 여부 등을 신속하게 수사해 가능하면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속된 류 씨는 투자사기 기획자로 지목된 류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의 누나다. 경찰 수사 착수 직후 가장 먼저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7월 말 투자사기 의혹이 불거진 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류 씨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사업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류 씨가 사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또 다른 한 명인 진 씨는 신일그룹이나 관계 회사의 직원은 아니다. 다만 이 회사가 인양 계획이 없는데도 투자사기를 벌이는 데 일조한 인물로 꼽힌다. 한편 핵심으로 지목되는 류승진 씨는 8월 인터폴(국제사법경찰기구)의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으로 현재 베트남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신일그룹은 150조 상당의 금화와 금괴가 실린 채 침몰되어 있다는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라는 배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화제가 됐다. 이 배는 1905년 러일 전쟁 중에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알려진 러시아의 순양함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탐사 성공에 멈추지 않고 인양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들은 인양 비용을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을 발행해 나눠주고 인양 후 수익을 코인 보유수만큼 분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돈스코이호 가치가 150조 원에 달한다며 부풀려 홍보했으나 실제 이 배에 막대한 보물이 묻혀 있다는 주장에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인양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일로 적어도 90억 원대 투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