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의 형 산체스의 2015년 트위터. 그의 어머니가 마이크로닷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고 적혀 있다. 사진=산체스 트위터
그러나 수사를 맡았던 충북 제천경찰서나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정민 청주지검 제천지청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명수배가 돼 있는 것 맞지만 이들이 뉴질랜드에서 국적을 취득하다 보니 한국 여권이 아닌 뉴질랜드 여권으로 입국할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피의자 확인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사건 피해자들에 따르면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제천을 떠난 것은 1998년 5월의 일이다. 당시 지역 언론 보도에서는 마이크로닷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신 아무개 씨(당시 41세)가 키우고 있던 85마리의 젖소까지 모두 처분한 뒤 잠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잠적 전 친척, 이웃, 동창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피해 금액은 약 2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당시 사건 수사를 맡은 제천경찰서는 이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1년 뒤인 1999년 경 사건을 기소 중지로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넘겼다. 국내에 지명 수배가 내려졌지만 그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결국 사건은 검찰에서도 기소 중지로 20년 간 묵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마이크로닷의 방송 출연으로 인해 신 씨 부부의 소재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 지난 3월 채널 A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에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출연했다. 이 당시 이들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수사를 정상적으로 재개할 정도의 소재 파악은 되지 못한다는 게 수사기관들의 이야기다. 뉴질랜드 거주까지는 확인이 되지만 이들 부부가 한국에 입국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요원하다는 것.
더욱이 한국에 입국한다 하더라도 뉴질랜드 여권으로 입국할 경우엔 또 다시 신분 확인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마이크로닷의 어머니가 2015년 한국에 들어온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의 형이자 가수인 산체스의 트위터를 통해서다. 산체스는 2015년 8월 17일 “엄마는 재호(마이크로닷의 본명)의 쇼미더머니 본 경연을 보려고 말없이 한국을 들어오심”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제천지청장은 “또 다시 뉴질랜드 여권으로 들어올 경우에는 아는 사람이 신고해 수사하지 않는 한 피의자 확인이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다”라며 “자수해서 스스로 자진입국을 하거나 강제 추방을 당하든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 사건을 검토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경우 1998년 해외 도피 이후부터 공소시효가 정지된만큼 수사가 재개될 수는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입국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마이크로닷 측은 19일 이 사건과 관련해 “부모님께 확인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해를 주장한 네티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 사실 관련 문서를 증거로 공개하면서부터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님은 방송 후 식당의 운영권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