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중고교 남학생 11명과 성인 남성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1월 15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여중생 A 씨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중·고교 남학생 11명을 검거, 이 가운데 4명은 구속하고 7명은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함께 검거한 성인 남성 1명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남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 씨를 알게 된 후 성적 학대를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올 7월까지 지속됐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증거와 가해자들의 자백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며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고 검찰로 송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중생 A 씨가 재학 중인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인접해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 사이 교류, 접촉이 상당 부분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같은 동네인데다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중고교생 11명의 경우 서로 모두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성폭행이 개별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집단 성폭행’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온갖 억측도 제기됐다. 이 고등학교 재학생 B 씨는 “한창 논란이 됐을 때 일부 학생과의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소문도 나왔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가해 학생이 20명에 이른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학생이 재학 중인 중학교에선 해당 범행을 1년이 넘도록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A 씨의 부모님이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후, 경찰을 통해 범행 정황을 뒤늦게 인지했다. 해당 중학교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선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해 일정에 따라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관계자는 “진행, 마무리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범행이 반복되면서 가해자들이 두려움이나 죄책감에 둔감해져 사건이 더욱 확대됐을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많아지면서 책임의식이 분산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지방이다 보니 피해자가 도움을 구할 센터나 기관이 부족하고 성범죄를 쉬쉬하는 학교나 지역분위기도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