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시를 탄 승객 일부가 택시기사들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두고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택시기사들이 최근 개편을 마친 SK텔레콤의 택시 호출 앱 ‘T맵택시’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동안 콜택시 시장에서 사실상 사장화됐던 T맵택시는 생각지도 못한 택시기사들의 지지를 얻으며 초반 순항 중이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 단체에서는 ‘T맵택시 역시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년 만에 개편을 마치고 돌아온 SK텔레콤의 ‘T맵택시’가 카카오에 분노한 택시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 모습. 고성준 기자
‘T맵택시’와 ‘카카오T택시’는 2015년 3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출시됐다. 콜택시 시장의 양대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T맵택시는 금세 시장에서 뒤처졌다. 카카오T택시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반면 T맵택시는 이렇다 할 홍보를 하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T맵택시는 앱 기능만 유지했을 뿐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사실상 사장된 상태였다. 그동안 카카오T택시는 콜택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T맵택시에 무관심했던 SK텔레콤이 3년 만에 돌연 서비스를 개편하며 홍보에 나서자 시기가 묘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도입 문제로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틈을 공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택시업계의 카풀 서비스 반대 집회에 등장한 T맵택시 홍보 책자를 SK텔레콤이 직접 배포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퍼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지금이라도 모빌리티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사업을 재정비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콜택시 서비스는 이미 모빌리티 시장에서 이미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변하니 내부에서 ‘이미 우리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방치했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광화문 집회에서 배포된 홍보 책자는 우리가 이전에 택시협회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걸 협회 측에서 직접 배포한 거다. 아무래도 카카오에 대한 불만이 있으시다 보니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배포하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논란의 쟁점인 카풀 서비스에 대해 SK텔레콤은 “현재로써는 계획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의 관계자는 “카풀 계획은 현재 없다. 물론 앞으로 카풀을 할 계획이 100% 없다고 답변할 수는 없다. 향후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건 자승자박”이라며 “아무래도 SKT가 대기업이다 보니 T맵택시에 대한 기대가 워낙 크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로만 보면 카카오T택시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지금은 콜택시 서비스라는 본 목적에만 충실해도 벅차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취지와 별개로 카카오와 택시기사들의 갈등 속에 T맵택시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11월 21일 기준 T맵택시 앱 다운로드 수는 50만 건을, 기사용 T맵택시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기사용 T맵택시 앱에 달린 3000개가 넘는 댓글에는 “카카오 대적할 곳은 T맵택시 뿐이다‘, ’카카오택시 부르는 손님에게 T맵택시로 갈아타라고 열심히 선전 중이다‘, ’우리가 모두 T맵택시를 이용해야 우리가 산다’는 등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상에도 택시기사들이 나서 T맵택시 이용을 권유했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T맵택시 앱을 설치하라고 권유하면서 “T맵택시는 카풀 서비스 계획 없다고 했는데 대기업이 설마 딴소리하겠느냐”면서 “요즘 기사들이 카카오톡 택시 대신 T맵택시로 손님을 받으려고 해서 아마 T맵택시를 이용하면 카카오로 잘 안 잡히던 곳도 잘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카카오T택시의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대다수의 택시기사는 카카오T택시와 T맵택시 앱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T맵택시와 카카오T택시의 월 실사용자 수는 각각 10만 명, 580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다른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와 T맵택시 이용자가 아직은 9대 1 수준이기 때문에 카카오택시 앱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택시와 T맵택시 콜이 오면 짧은 거리라도 T맵택시를 잡고 손님들에게 T맵택시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며 “다만 답답한 부분이 파업만 하더라도 지방의 경우 택시기사들끼리 단합이 잘 되는데 서울 택시의 경우 그렇지 않다. 콜 택시 서비스 등장으로 일하기가 쉬워진 건 사실이지만 카카오가 택시기사들과 함께 성장한 회사인만큼 배신감이 크다. 22일 집회에도 참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기대와 달리 일각에서는 T맵택시 역시 언젠가 카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가 그간 많은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왔는데 T맵택시라는 경쟁자가 나타나면 그런 일방적인 행태들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초기에는 SK텔레콤에서 ‘카풀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점점 이와 관련해 명확히 말하기를 꺼려서 아직은 의심을 하고 지켜보고 있다. 카풀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T맵택시를 지지하는 건 택시업계의 뒷통수를 친 카카오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다”며 “일단 우리 측에서도 SKT 쪽에 카풀 서비스 사업을 도입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아직 SKT의 입장에 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도입 시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택시업계는 당분간 카풀 근거 조항 삭제에 전념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카풀 서비스에 대해 카카오와 의견 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여당의 카카오 카풀 대책 TF에 참여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 규정된 카풀 근거 조항을 삭제해 카풀영업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다른 중재안을 고려하지 않고 개정안을 상정시키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 22일 진행되는 집회 결과를 지켜보고 더욱 국회 쪽에 강력하게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