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법정 앞
오전 9시 40분쯤 서울고등법원 서관 303호 법정 앞 대기의자 12석은 모두 비어 있었다. 문 앞을 지키는 경비원은 “신청자가 많지 않아 방청권은 따로 배부 하지 않았다. 오늘 같이 ‘작은 사건’의 재판은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고는 오전 10시 20분 예정이었다. 10시쯤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팀 두 팀이 도착했다. 이들은 출입구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법정 주변과 입장하는 사람을 촬영했다. 얼마 뒤 입장이 끝나자 한 방송국 촬영기자는 텅 빈 복도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고가 모두 끝날 때까지 법정 근처에는 3명만 눈에 띄었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정치인들이 그러면 안 되지!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라고 중얼거렸다. 그는 2013년 박 전 대통령 취임식 때 쓰인 오방낭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서관 입구에서 서성거리던 70대 추정 남성은 뒤늦게 법정 근처로 와 “303호로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외쳤다. 또 다른 한 명은 가방에 태극기를 꽂은 채 법정 주위를 배회했다.
지난 4월 국정농단 1심 선고와 다른 공천개입 2심 선고날 풍경. 사진=일요신문 DB
국정농단 관련 1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4월만 해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앞 삼거리에는 ‘정치보복 중단’ 현수막과 태극기로 가득 찼었다. 이날 같은 위치에는 태극기 대신 금융사기 규탄 현수막 3장만 휘날렸다. 박 전 대통령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이날 있었던 공천 개입 2심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인물에게 유리하도록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었다.
검찰은 항소했다.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 뜻대로 됐다면 박 전 대통령은 한국 나이 100세가 돼야 옥고를 마칠 수 있었다. 지난해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이제껏 국정농단 25년, 국정원 특활비 수수 6년 그리고 이번 공천 개입 2년 합쳐 징역 33년을 선고 받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