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 웹툰 플랫폼으로 알려진 우리은행의 ‘위비툰’이 결국 내년 2월 1일 운영을 종료한다. 우리은행은 “애초부터 1년 계약 사업”이라고 주장했으나 작가들은 “졸속 운영 종료”라고 맞서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위비툰 소속 작가들에 따르면 위비툰은 2017년 12월 한 콘텐츠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했다가, 지난 6월 부터 웹툰 작가 섭외와 중개를 담당하는 위탁업체 ‘넷스모스’에 의해 운영돼 왔다. 작가들은 위탁업체와 개별로 계약을 체결했고, 업체는 작가들의 작품을 위비툰 플랫폼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면 단순히 작품을 공급받을 뿐인 우리은행에게는 작가들의 계약 내용을 책임질 어떤 의무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위탁업체와의 위탁계약에서 우리은행의 의무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다. 업체가 우리은행을 대신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면, 우리은행은 플랫폼의 홍보나 지원 등을 통해서 계약상 쌍방의 의무를 다 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우리은행을 통한 위비툰의 홍보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다른 웹툰 작가 B 씨는 “정식으로 위비툰 사이트가 오픈한 뒤에도 홍보 광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라며 “외부 광고도 결국 업체의 자비로 이뤄졌다. 그런데 광고 포스터에 우리은행이나 위비툰 문구가 보이지 않아 문의했더니 우리은행이 로고를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해서 그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홍보에 소홀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시점은 지난 9월의 이야기다. 이때부터 이미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사업 부진으로 인해 위비툰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풍문이 퍼지고 있었다. 당시 은행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지만, 결국 이 직후인 10월 19일 사업 존속을 놓고 작가들과 우리은행, 넷스모스의 첫 간담회가 이뤄졌다.
앞선 B 작가는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이 내년 2월 1일부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며 “애초에 1년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그동안만 이뤄질 시범사업이었을 뿐이라는 것인데 1년짜리 사업이라는 소리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진=위비툰규탄연대 제공
우리은행 측은 지난 9일 메일로 작가들에게 위비툰 서비스 종료를 완전히 통보한 이후부터 사안과 관련한 명확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년 계약과 관련해서는 “위탁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분명하게 계약 기간을 명시했다. 업체와 작가 간 소통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졸속 종료를 주장하는 작가들의 말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작가들은 “1년 계약이라면 애초부터 작가들에게 100화 이상의 장편 웹툰을 요구해서도 안됐고, 작가들과 계약을 체결할 때도 사업 운영 기간을 명확히 밝혔어야 됐다. 1년짜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작가들에게 작품의 2차 저작권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온 것은 모순이 아닌가”라고 맞섰다. 작가들은 우리은행의 위비툰 사업 정상화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탄원서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