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소속팀서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승우. 사진=헬라스 베로나 페이스북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6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하지만 촉망받던 유망주 이승우가 잊혀져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최근 이승우에겐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라는 말이 딱들어 맞는 상황이다.
#‘꽃길’만 걷던 이승우
불과 2~3개월 전까지 이승우의 축구 인생은 장밋빛으로만 물드는 듯 했다. 힘겨운 주전경쟁을 펼치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4월 중순부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명문 AC 밀란을 상대로 골도 기록했다.
그의 소속팀 활약과 A대표팀 선배들의 부상이 겹치며 지난 5월 당시 월드컵을 준비하던 신태용 감독의 부름도 받았다. 팀내 경쟁에서 살아남아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대한민국 역대 네번째로 어린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뛴 기록이었다.
그 사이 소속팀이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경쟁자들이 이탈하며 팀내 입지는 단단해지는 듯 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다음 시즌 이승우가 중용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흘러나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6경기 4골을 기록했던 이승우. 사진=대한축구협회
8월 개막한 아시안게임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이승우는 김학범 감독의 전술에 따라 선발과 교체 명단을 넘나들며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6경기 4득점으로 금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만 20세의 나이에 받게된 병역 혜택은 덤이었다. 활동 기반인 유럽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새 A대표팀에도 선발되며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소속팀서 찾아온 시련
승승장구했던 대표팀에서와 달리 소속팀에선 여전히 치열한 팀내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팀에 복귀했지만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질 때도 후반 막판,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10월 초 리그 경기에 첫 선발 출전을 신고했지만 후반 11분만에 교체돼 나왔다.
벤투호 2기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장을 밟진 못했다. 경기 후 이승우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벤투 감독은 “그의 포지션(2선 공격수)은 경쟁이 치열한 자리”라며 말을 아꼈다.
결국 벤투호 3기 명단에서 이승우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상호, 이청용 등 벤투 감독과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는 이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밀려나는 모양새에서도 알 수 있듯 이승우는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시즌 소속팀 기록을 살펴보면 리그 12경기 중 4경기에만 출전했다. 출전 시간도 4경기 도합 85분에 불과하다. 시즌 극초반 컵대회에서는 선발로 나서 4-1 승리에 기여했지만 그가 아시안게임에 나선 사이 베로나가 컵대회에서 탈락하며 그 기회마저 사라져버렸다.
지난 시즌 또한 많은 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시는 이승우가 성인 무대에서 경험하는 첫번째 시즌이며 팀의 활동 무대가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 A)라는 면죄부가 붙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팀이 강등되며 경쟁의 수준이 낮아졌음에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승우는 시즌 시작 전 주전 공격수의 상징인 등번호 9번을 배정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9번을 달고 시즌 첫 경기였던 컵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팀이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는 아시안게임 참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9번 셔츠를 동료에게 양보했다. 이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간 소속팀에서 그의 자리가 사라진 듯한 모양새다. 이에 “시즌 초반 공백기(아시안게임 참가)가 감독 구상에서 이승우가 후순위로 밀리게 만들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박주호는 이번 시즌 K리그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진=울산 현대 축구단.
세계적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보낸 유소년 시절, 각급 대표팀에서의 맹활약 등 이승우는 누구보다 특별한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성인무대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여전히 만 20세의 어린 선수이지만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앞서 축구팬들은 아무리 반짝이던 선수라 할지라도 경기에서 뛰지 못하면 그 재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수차례 지켜봤다. 박주영, 이청용, 박주호 등이 유럽서 벤치만을 지키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한 때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기도 했던 이청용은 지난 2시즌간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 소속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낙마하며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2 무대로 향했다. 그간 몸담았던 팀과 비교하면 위상과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뛸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청용의 과감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적 직후 팀에서 중용(7경기 508분 출장)되며 지난 2시즌간의 리그 출장 시간(593분)을 넘어설 기세다. 자연스레 A대표팀에도 복귀했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 또한 이번 시즌 극적인 변화를 맞은 선수다. 그는 지난 2015-2016 시즌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지만 그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년째 정체되며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그는 올해 초 전격적으로 K리그행을 결정했다. 만 31세의 나이에 ‘K리그 신인’이 된 박주호는 그간의 설움을 풀듯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이를 토대로 그는 염원하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벤투 감독으 부름 또한 꾸준히 받고 있다.
앞서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아무리 반짝이던 선수라 할지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그 재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수차례 목격했다. 그런 상황에 놓여 있던 선수들이 과감한 선택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위기에 놓인 이승우 또한 과감한 선택을 고려해 볼 시점이다. 마침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이 약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그에겐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혜택가 위안거리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