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광화문에 모인 백두칭송위원회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11월 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선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자는 “현재까지 2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앞으로 전국적인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민 청년당 공동대표(29)와 이나현 청춘의지성 공동대표(26)가 결성선언문을 낭독하자 자리에 모인 약 70여 명이 환호했다.
결성선언문에는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뜨겁게 환영한다.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평화, 번영, 통일에 대한 웅대한 뜻과 백두산 결의를 열렬히 칭송한다. 민족의 숙원인 자주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 북한 국민들의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들도 모두 감동했다. 민족의 화해와 단결로 온 세상에 평화와 번영의 빛을 뿌릴 위대한 우리 민족의 전성기가 눈앞에 도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장과 소속 위원 등의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동위원장 정도만 공개됐다. 이날 호소문을 낭독한 사람을 윤한탁 공동위원장(80)이었다. 백두칭송위원회는 구성 단체 13곳의 대표가 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은 문경환 국민주권연대 정책위원장과 김한성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요 인사 대부분은 ‘명함 부자’로 나타났다. 윤한탁 공동위원장은 명륜중, 영등포여중, 성동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던 교사였다. 전교조 창립 멤버로 전국참교육동지회 대표를 역임했다. 민생민주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민권연대는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의 후신이다. 실천연대는 2009년 법원에서 이적 단체 판결을 받고 해산한 뒤 2010년 이름을 민권연대로 바꿨다. 민권연대 소속 4인방은 2016년 11월 26일 오후 10시쯤 5차 촛불시위 때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로 진격하려다 수도방위사령부에 검거된 바 있었다. 민권연대를 주도하는 인물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의장 출신이자 2008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옛 명지대 총학생회장 윤기진 공동의장(43)이었다.
윤기진 공동의장은 백두칭송위원회 기자회견을 진행한 국민주권연대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아내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44)은 덕성여대에 입학했다가 제적되고 1998년 8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8·15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인물이다. 둘은 2004년 2월에 결혼했다. 황 전 대변인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 축제를 관람하다 진통을 느껴 평양산원에서 딸을 출산했다.
이날 결성선언문을 낭독한 이나현 청춘의지성 공동대표는 총신대 출신으로 국민주권연대와 함께 이 행사를 진행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 명함도 가지고 있다. 이나현 공동대표와 함께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을 이끄는 사람은 김한성 공동대표다. 백두칭송위원회 소속 위원인 김 공동대표는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이기도 하다.
한대련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활동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와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있었던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후신이다. 전대협 시절인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 등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 뒤 한총련이 된 전대협은 1997년 4월 이적단체라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1996년 8월에 있었던 ‘연세대 사태’ 때문이었다. 당시 한총련은 북한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소속 학생 2명을 파견하고 둘의 귀환날 판문점까지 환영 행진을 하겠다며 연세대를 점거했었다. 경찰은 연세대에 모인 한총련 소속 학생 2만여 명과 대치했다. 유혈사태로 번진 이 사태 탓에 1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한총련의 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한총련의 흐름을 이어 받은 한대련이 2005년 출범했다. 예전과 달리 현실적인 명분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대학교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 대학생 주거문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허나 정치권과의 연결은 여전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2012년 5월 통진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한대련 관계자가 대거 연루됐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임수경 전 의원, 오영식 전 의원이 전대협 출신이다.
탄핵 수출 프로젝트 방탄청년단 홍보 자료
이나현 공동대표는 방미트럼프탄핵청년원정단(방탄청년단) 공동단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청년의 대통령 탄핵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던 방탄청년단은 미국 워싱턴, 뉴욕, LA 등을 방문해 트럼프 탄핵을 이끌겠다며 2017년 10월 18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나 입국이 거부됐다. 이 공동대표는 민중당 소속으로 6·13지방선거 때 경기도 김포시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었다.
민중당의 줄기는 백두칭송위원회를 지역까지 연결시킨다. 11월 18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백두칭송지역위원회가 결성됐다. 이 자리에는 경성대에 재학 중인 현승민 대학생당 대표가 호소문을 발표했다. 현 대표는 민중당 소속으로 6·13지방선거 때 부산시 남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었다. 결성선언문을 낭독했던 김인규 국민주권연대 부산지역본부 대표, 공은희 국민주권연대 부산지부 공동대표와 함께 있었던 인사는 김정선 미8부두세균무기실험실폐쇄주민모임 사무국장이었다. 이 모임 수장은 부산외대를 다니는 김태윤 대표(27)다. 민중당 소속으로 6·13지방선거 부산시의원 후보였다.
민중당 당 대표는 이상규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이 됐다.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민중당 조직에 일조했다. 20대 국회 민중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은 김종훈 의원이다. 그는 민중당 원내대표이자 민중당 울산시당위원장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