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대형교회에서 30대 목사가 10대 여신도들을 수년간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30대 A 씨는 인천 S 교회의 청년부 목사였다. A 씨는 다정다감한 성격과 호감 섞인 언행 등으로 중고등부, 청년부 여성 신도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당시 18세였던 B 양도 A 목사를 잘 따랐다. B 양이 A 목사와 가까워진 건 교회 내 학생회 회장을 맡으면서다. 둘이 함께하는 시간과 연락이 늘면서 A 목사는 B 양을 연인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B 양은 “평소 존경하던 목사였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던 만큼 당시 A 목사의 사랑공세에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 양은 A 목사와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 목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인 스킨십을 자주 시도했다. A 목사는 “사랑한다”는 발언을 자주하며 B 양을 지속적으로 회유했다. A 목사는 집안일을 도와주겠다며 B 양의 집을 방문,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1박 2일 여행을 권유했다. 비디오 방으로 끌고 가 B 양의 신체를 더듬기도 했다. B 양은 혼전순결을 다짐했지만 A 목사와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야만 했다. 둘의 나이차는 10살 이상이다.
A 목사는 B 양 외에도 다수의 10대 여성 신도들에게 접근했다. A 목사는 10대 자매 신도를 동시에 만나며 수차례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동생과 둘이 살고 있던 C 양에게는 더 노골적으로 접근했다. 수시로 집을 찾아가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자신의 성기를 만져 달라고 한 것. 일부 여성 신도에겐 “자신이 과거 친인척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너와의 성관계를 통해 이를 치유 받고 싶다”며 다가가기도 했다. 신앙심이 깊고 목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여성 신도들은 A 목사의 의도를 의심하기 어려웠다.
A 목사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여성 신도는 2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였다. 앞서의 B 양은 “A 목사의 문제를 인지한 이후 충격이 컸다“면서도 ”당시 이를 밝히는 게 맞을지 혹은 하느님의 사람이기에 하느님이 해결하도록 놔두고 덮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A 목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혜민 브릿지임팩트 목사와 김디모데 예하운선교회 목사를 통해 이뤄졌다. 정혜민 목사는 지난해 9월 대학 출강 중 자신의 제자가 그 피해자임을 인지하고 A 목사에 대한 파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S 교회와 A 목사는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았다. 게다가 A 목사의 아버지가 S 교회의 담임목사였다.
A 목사의 아버지는 오히려 돈을 건네거나 교단의 원로목사를 통해 정 목사 등을 회유,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김디모데 목사는 “우리를 도우러 나섰다가 중간에 입장을 바꾸며 급작스레 관둔 사람도 다수 있다”며 “담임목사를 포함한 교회 관계자의 회유·외압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A 목사의 아버지는 언론사 이사장을 역임하며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A 목사는 개명하고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했지만 현재는 귀국해 국내 모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목사의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목회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정혜민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 등은 A 목사에 대한 고소·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개혁 평신도 행동연대’ 관계자들이 A 목사의 성폭행 의혹에 문제제기하고 있다. 사진=바른교회세우기 평신도행동연대
이러한 교회 내 성폭력은 비단 인천 S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타 교회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며 그 건수는 점점 늘고 있다.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277건의 교회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다. 접수된 사건만 60건에 이른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2018년 3월 이후 20건의 사건이 더 접수됐다”며 “피해자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교회 성폭력 사건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의 성폭행 수법은 비상식적이다. 앞서의 A 목사처럼 자신 혹은 상대방의 성적 트라우마를 치료하겠다며 성기와 가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한다거나, 사랑·결혼을 빌미로 여신도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심지어는 “하느님이 지시했다”라며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회 내 성폭력은 ‘그루밍 성범죄’(돈독한 관계를 통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범죄)의 형태로 일어난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은 초기엔 문제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 범죄 대상은 주로 미성년자나 20대 여성 신도인 경우가 많다.
기독교계 관계자들은 교회가 지닌 고유의 특성이 교회 성범죄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규 바른교회세우기행동연대 사무국장은 “교회 내에서 모든 권력, 신뢰가 목회자에게 집중되나 보니 목사 등이 친밀감과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의 채수지 소장은 “교회에서 목회자들은 영적인 아버지, 하느님과의 매개자 등으로 추앙되다 보니 이들에 대한 여신도들의 경계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신도들은 더더욱 그렇다”라며 “교회는 그루밍 성범죄의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본부장인 신동식 목사는 “일부 목사들의 신학적 미숙함, 즉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교주’라는 생각이 이러한 범행을 줄곧 일으킨다”며 “신도들의 경우 성범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이것이 교회나 하느님에게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이것이 사건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성범죄에 대한 제재·처벌 등의 내용이 부재한 ‘교회헌법’도 교회 성폭력 사건을 확대하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다시 교회로 돌아와도 이를 제재하는 법 조항이나 자격제한 조건이 없는 것. 앞서의 채수지 소장은 “최근 관련 헌법을 추가·개정한 일부 한 교단을 제외하곤, 성폭력 관련법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회 내에서 목사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는 당회라는 의결기구를 통해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당회장은 목사이며 그 목사가 당회 구성원들을 임명한다. 그러다보니 목사의 권한은 비대해지고, 이들의 비상식적 행위에 대한 견제는 불가하다. 앞서의 정상규 사무국장은 “해외 교회들은 당회가 아닌 운영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교회 구성원들이 위원으로 참여, 교회 정책 등을 결정한다”며 “국내 교회들도 이를 참고해 당회 제도를 없애고 목사는 전문사역자로만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인들의 시각, 법리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성폭행은 살인과 달리 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문제제기에 나선 피해자들이 주변인들의 숱한 반문 등으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며 “해외에선 직접적인 성추행과 폭행이 아니더라도 아동 청소년에게 성적 의도를 갖고 건네는 말들, 가령 밥을 먹자거나 영화를 보자고 하는 것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아동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