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의 면세점 해외매출 경쟁이 뜨겁다.신세계도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면세점 ‘빅3’ 해외진출, 누가 잘했나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3분기까지 매출 4조 156억 원, 영업이익 2281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매출은 1644억 원으로 전년대비 65% 신장했다.
호텔신라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5208억 원, 1816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면세점 해외매출인데 8947억 원으로 3분기에만 3127억 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흑자 전환은 물론 국내 면세점업계 사상 첫 1조 원대 매출도 기대된다.
신세계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31.2% 늘어난 3조 6644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면세점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 지난 3분기 신세계DF는 57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뛰었다. 하지만 해외 매출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면세점 ‘빅3’ 중 신세계는 롯데, 신라와 매출과 사업규모에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는 인천공항의 T1면세점과 강남고속터미널 면세점을 연이어 오픈하는 등 외형 만큼은 추격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은 32억 원 손실로 이어졌다.
신세계 입장에선 투자를 통한 사업장 확보 등 외형 불리기로 빅3의 자존심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신세계가 확장한 강남고속터미널의 경우 일명 중국 보따리 상인인 따이공(代工)과 유커의 여행 동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신규고객 유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또 인천공항의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우려는 면세점 모두에게 통용되기도 한다. 따이공과 시트립 등 중국내 한국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높은 수수료 경쟁과 홍보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는 세관당국의 규제 실효성을 우려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면세점 유치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의 규제 등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면세점 특허권을 둘러싸고 관세청과 정부기관, 업계간의 유착 및 비리 의혹이 만연했던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따이공이 국내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국내에 재판매하면서 불거진 각종 따이공 관련 논란에서도 그 책임을 면제점 업계의 무분별한 경쟁부추기 때문으로 지목한 점도 면세점시장엔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관세당국이 밀반입이나 라벨바꾸기 등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경제상 따이공의 매출도 엄연한 외화벌이며,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보다 규제에 집중할 경우 일본이나 홍콩, 동남아 등에게 공을 넘겨줄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7월 개장한 강남고속터미널 신라면세점. 연합뉴스.
롯데 신동빈 회장도 면세점특허권 등 특혜 비리 혐의로 곤혹을 치렀지만, 세관당국 등 정부기관은 큰 처벌을 면한 인상을 줬다. 이렇다보니 면세점업계는 수년 전부터 국내를 벗어나 해외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특혜 의혹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기업 입장에선 사업의 다변화로 신규매출 확보는 당연한 처사일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롯데는 도쿄긴자, 간사이공항, 괌공항, 자카르타 시내, 다낭공항, 방콕 시내, 나트랑 깜란공항에 이어 호주 면세점업체를 인수했다.
신라의 경우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도쿄 시내, 푸껫 시내, 마카오공항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큰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에도 해외사업 확장과 안정화를 위해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롯데는 그동안 수의계약이 대부분이었던 것에서 공격적인 해외 면세점업체 인수를 통해 해외매출 경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신세계의 경우 해외사업장이 전무한 상태로 최근엔 중국에서 한국을 오갈 크루즈선내 선상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선상 면세점의 매출 기여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해외진출 등 사업다변화의 일환으로 선상 면세점을 진행하지만 선상면세점을 해외진출이라고 하면 업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로선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금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는 한 해외사업 진출의 성과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에선 신세계의 과도한 면세시장 확장을 부러워하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인들의 한국관광 제재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장밋빛 매출을 기대하는 ‘빅3’의 면세시장 확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