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엄 대표는 비상장 기업 장외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후 허위정보를 유포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엄 대표와 함께 간부급 2명도 같이 구속됐다. 광주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 3명 모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필립에셋 홈페이지에 올라온 엄일석 필립에셋 대표이사 인사말.
필립에셋은 장외주식이란 단어가 생소했던 2011년부터 광주지역에서 장외주식 판매에 집중했다. 이후 세를 점점 불려 광주 등 전국 9개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장외주식 판매뿐만 아니라 필립인슈어런스(보험), 필립크라우드펀딩(크라우드 펀딩) 등 또 다른 회사도 만들어나갔다. 결국 약 1년 전쯤 에어필립이라는 저비용 항공사까지 만들어 화제가 됐다. 항공업 진출까지 선언했던 엄 대표의 신화도 구속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린 셈이 됐다.
앞서의 말처럼 약 1년 전부터 이 사건은 조금씩 수면 밑에서 끓기 시작했다. 유사수신 및 다단계 요소가 있다는 얘기가 필립에셋을 두고 끊이지 않았다. 2017년 5월 이곳에서 장외주식 딜러로 활동하겠다는 어머니가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단 엄 대표와 필립에셋의 혐의는 무인가 투자매매를 했고 비상장 기업의 장외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허위정보를 퍼트려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올해 10월 중순까지 유사투자자문회사인 필립에셋을 운영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인가도 받지 않고 비상장주식 31개 종목을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 조언만 가능하다. 투자 매매나 투자중개업은 할 수 없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입수한 내부문서를 검토해 본 결과 필립에셋에는 다단계 요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회사규정’이라는 문건에는 회사소개 및 회사 내부 규정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 문서 3번 목차에는 ‘장외주식 아직도 모르시나요’라는 글로 왜 장외주식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연평균 50% 이상의 수익 실현 투자 시장에서 검증된 확실한 방법과 최고의 정보를 제공해 드린다”고 적혀 있다.
또한 출퇴근, 승진 규정 및 수수료 배분도 적혀 있다. 비상장주식을 영업하는 딜러들의 승진은 어떤 조직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출근조직’, ‘외부조직’, ‘내근조직’의 세 조직으로 나뉘는데 먼저 직책별로 출근조직은 9개월 이상 출근시, 외부조직은 15개월 이상 출근을 해야 한다. 내근조직은 별도 규정에 따른다.
일단 출근하면 매니저라는 직함을 단다. 회사교육 이수를 하고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하고 일정 이상 근속을 하면 팀장으로 승진할 기회를 갖는다. 팀장은 출근조직의 경우 누계로 본인매출 5000만 원 이상, 외부조직의 경우 1억 원 이상이 되면 승진할 기회를 갖는다. 이사나 팀장급인 국장 직책은 본인 매출 3억 원 이상이면, 본부장은 다시 5억 원 이상이면 승진할 수 있다. 본부장 위로도 부사장, 전무 등의 직책이 있다.
강조한 규정도 있다. 모든 딜러는 반드시 교육 및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교육은 조회, 사업 및 투자 설명회, 신규 및 보수 교육, 정례 회의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수수료 규정은 4가지로 나뉘어 있다. 주식 중개로 발생하는 기본 수수료인 매출 수수료, 팀장 이상 지급받는 조직관리 수수료, 리쿠르팅 및 계보 관련 가감되는 추천 수수료, 정착 수수료나 시책에 따라 지급되는 기타 수수료가 있다. 약간의 보정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니저는 10%, 팀장은 13%, 국장은 15%, 본부장은 16%의 매출수수료를 가져간다.
다단계적인 요소인 조직수수료는 정규조직의 경우 3%, 내근조직은 2%가 팀장에게 간다. 국장은 정규조직에서 2%, 내근조직에서 1%의 수수료를 받아간다. 본부장은 정규조직에서 1%, 내근조직에서 0.5%를 가져간다. 추천수수료는 A 매니저가 B 매니저를 구직했을 경우 B 매니저가 받는 수수료의 10%를 A 매니저가 가져간다. 팀장 이상급인 경우 본인과 동일한 직책 승진자가 발생하면 승진자가 지급받는 수수료의 10%를 차감해 A에게 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필립에셋이 문서에서 제시한 수수료 규정 같은 방식은 처음 봤다. 기존 대형 증권사에서는 전혀 없는 방식이다”라며 “아주 간혹 매우 잘하는 업계 직원을 데려올 경우 실적 몇 퍼센트 정도 챙겨주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그것도 드문 케이스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