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오후 6시 40분쯤 중학생 A 군(14)은 인천 연수구 청학동 청학아파트의 옥상에서 중학생 등 10대 4명에게 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은 피의자 4명을 구속했다. 사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구속된 4명과 함께 B 양(15) 등 2명도 이 사건에 앞서 A 군 폭행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은 B 양 등 2명도 피의자 선상에 올리고 불구속 입건했다.
B 양에 따르면 추락사가 있기 앞서 공원에서의 1차 폭행이 있었다. 지난달 A 군이 구속된 셋 가운데 1명의 아버지 외모를 놀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B 양은 “A 군이 구속된 셋 가운데 한 명의 아버지를 가리켜 인터넷 BJ 닮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남자 셋은 A 군을 때리기 좋은 장소를 찾았다. B 양은 “한 친구가 CCTV 없는 공원을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능허대공원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줬다”고 했다. 남자 셋과 B 양, C 양은 A 군을 데리고 3분 거리쯤 떨어진 능허대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B 양에 따르면 이동 내내 A 군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피의자 5명은 모두 평균 이상의 신장을 가졌다. 이들에게 둘러싸인 A 군은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A 군의 키는 150㎝가량이었다.
폭행이 이루어진 능허대공원의 모습. 고성준 기자
능허대공원에서 본격적인 폭행이 이뤄졌다. 약 40분가량 이어졌다. 이들은 공원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A 군을 무릎 꿇렸다. B 양은 “셋 가운데 2명이 주도적으로 A 군을 때렸다. A 군은 뺨을 여러 차례 맞았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행위를 약 10회 이상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 군은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A 군의 흰색 패딩 점퍼 상단은 코피로 흠뻑 젖었다. 셋은 A 군의 패딩 점퍼를 벗겼다. B 양은 “패딩 점퍼를 벗은 직후 A 군은 공원 중간의 호수를 지나 입구 쪽으로 달아났다. 셋 가운데 1명이 A 군을 잡으러 쫓아갔지만 놓쳤다”고 했다.
B 양에 따르면 셋 가운데 황 아무개 군(14)이 A 군을 가장 심하게 폭행했다. 이 둘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다. B 양은 “A 군은 초등학교 동창인 황 군의 물주였다. 러시아 혼혈로 다문화 가정 자녀였던 A 군이 작은 체구와 이국적인 생김새로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좀처럼 동급생들과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A 군은 황 군과 그의 친구들에게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사주며 관계를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A 군은 직접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가 아니라 은근히 따돌림을 다하는 ‘은따’에 가까웠다”며 “이 사건이 발생한 건 A 군이 셋 가운데 1명의 아버지 외모를 놀렸기 때문이다. 놀림당한 1명이 셋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다. A 군을 가장 심하게 때린 건 황 군이었다. 황 군은 서열상 2위였다”고 했다.
남자 셋과 B 양 C 양은 A 군이 도망간 뒤인 오전 3시쯤 처음 만났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피가 묻은 A 군의 흰색 패딩 점퍼에 불을 붙였다. B 양은 “잘 타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휴지를 가져와 함께 태웠다”고 했다. 남자 셋과 함께 구속된 여자 1명은 B 양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합류했다. 구속된 여자는 사실 B 양과 알고 지내던 선배로 남자 셋과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날 역시 B 양의 연락을 받고 폭행이 모두 끝난 뒤 합류했다. 그즈음 B 양과 C 양은 집으로 돌아갔고 구속된 남자 셋과 여자 한 명만 남았다. B 양은 그 뒤 일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남자 셋과 함께 합류한 여자 1명 등 4명은 같은 날 오후 A 군 폭행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 넷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며 A 군을 아파트로 불렀다. 옥상으로 유인했다. 오후 5시 20분쯤 시작된 폭행은 1시간 20여분가량 지속됐다. A 군은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A 군의 추락 이후에도 4명은 옥상에 계속 머물렀다. 이들은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긴급체포 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동급생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계층이 있다. A 군은 죄명으로 ‘아버지의 외모를 놀릴 수 있는 친구 급’에 속하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친구의 아버지를 놀렸다는 괘씸죄로 서열 2위에게 맞은 A 군은 결국 15층 높이의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