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사진=최준필 기자
KT통신망을 주로 이용하는 카드단말기기 마비되어 상인들의 피해도 컸다. 통신장애는 26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완전 복구까지는 수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3년 KT의 DNS서버 다운으로 인한 인터넷 중단사태, 2005년 경기남부, 영남지역에 발생한 전화불통사태에 이은 또 다른 KT 발 통신대란 사태다.
문제는 서울시 5개구 지역 회선이 집중된 아현지사에 화재 시 통신회선을 우회해 복구할 수 있는 대책(백업플랜)이 부재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KT는 아현지사가 D등급이어서 백업체계가 안되어 있었다는 입장이다.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분산배치, 백업체계 미구축 등 최소한의 통신공공성마저 망각한 KT 경영진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KT민주동지회와 KT새노조는 통신대란의 근본 원인을 민영화 이후 KT그룹을 경영을 이끈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현 KT 회장의 비용절감과 수익성 극대화 경영에서 찾고 있다.
KT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에는 지점(전화국)별로 분산되어 있던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으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분산된 통신시설을 한 곳으로 집중화하면 유휴공간이 확보된 전화국 건물을 매각하거나 임대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인력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의 매출대비 설비투자액은 민영화 이전인 2000년도만 해도 33.9%에 달했다. 민영화 직후인 2004년 15.3%로 내려가더니 현재는 10% 이하로 급감한 상황이다.
KT민주동지회 관계자는 “2005년 2월 경기남부, 영남 지역에 발생한 대량의 전화불통 사태도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교환기 여유용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라며 “이번 아현지사 화재사태도 긴급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설비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커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통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난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여유 용량의 장비운용이 필수다. 더 이상 수익을 위해 공공성이 희생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며 “화재는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엄청난 통신대란으로 비화된 것은 인재이며 KT 경영진의 책임이다”라고 꼬집었다.
KT는 황창규 회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KT는 “이동기지국 배치 등을 통해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소방청과 협조해 원인을 찾고 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의 모든 통신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시행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관련 기관과 협의해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른 시일 내 완전복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T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현재, 이동전화는 80%, 인터넷 98% 등 복구가 이뤄졌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