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 손님이 꽉 들어찬 서울 마포구 도화동 ‘전철우 고향국밥’ 매장 전경. 테이블 10개의 평균 회전율이 7~8회에 달한다. | ||
패스트푸드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주문 후 2~3분 안에 식사가 가능한 ‘신속성’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어내는 속도는 운영자에게도 중요하다. 높은 회전율은 곧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패스트푸드처럼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 빠른 식사가 가능한 한식 음식점이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오피스 빌딩에 위치한 ‘전철우 고향국밥’이 바로 그곳이다.
오피스 빌딩 주변 음식점이 가장 바쁜 때는 바로 점심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의 두 시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도화동 11평의 조그만 국밥집에 놓여진 테이블은 10개지만 평균 회전율이 7~8회에 달한다. 그릇 수로 말하면 3백 그릇이다. 두 시간 동안 3백여 명이 다녀가는 셈이다.
메뉴의 평균 가격을 3천5백원으로 계산하면 점심 매출만 1백만원이다. 다른 음식점의 하루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좁은 매장에서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한 것일까?
정답은 바로 시간이다. 전철우 사장(39)은 음식의 조리시간을 줄여 고객의 대기시간과 식사시간을 짧게 만들었다.
“예전에 냉면집과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줄곧 고민했던 부분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었죠. 두 메뉴는 장사가 잘되긴 했지만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방장의 비중이 가장 컸고요. 다른 직원도 시간제가 아닌 정직원을 고용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그는 전문 주방장과 정직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음식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식도 패스트푸드점과 같이 어디서든 같은 맛으로 쉽게 먹을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런 고민 끝에 그가 찾은 대안은 바로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메뉴’와 ‘조리법의 단순화’.
“한국 사람들은 국물요리를 좋아하잖아요. 저렴한 국밥집이라면 괜찮겠다 싶었죠. 국밥은 대기시간과 식사시간이 짧은 음식이기도 하고요.”
조리를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식품회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고향국밥, 육개장, 곰탕 등 7가지 종류의 국밥을 완제품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 가지 메뉴만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일주일에 똑같은 메뉴를 두 번 이상 먹기는 힘들죠. 메뉴를 다양화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식품 공장에서 가공된 메뉴는 1인분 단위로 개별 포장, 냉동탑차를 이용해 가맹점에 공급된다. 매장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비닐팩을 끓는 물에 중탕으로 가열, 포장만 뜯어 그릇에 담아내면 된다고. 이것이 주문 후 1분 안에 식사가 가능한 이유다. 별다른 조리가 없기 때문에 전문 주방장과 정직원이 필요하지 않다. 김치와 물은 셀프서비스다. 인건비가 대폭 줄어든 셈이다.
“처음 방문한 고객들은 음식이 빨리 나와서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대기시간이 길지 않아 즐거워하시죠. 저희는 종업원이 줄어 고객의 역할이 늘어난 만큼 가격의 거품을 뺐습니다. 2천9백원부터 4천9백원까지 저렴한 편이죠. 하지만 맛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고향국밥과 황해도 콩비지찌개, 육개장 등이 인기가 많아요.”
고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저렴한 가격에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국밥집은 10개월 동안 가맹점이 20여개로 늘어난 상태.
얼마 전 그는 식재료 공급과 관련해 몽골 출장을 다녀왔다.
“완제품 공급으로 인건비는 대폭 줄었지만 아직은 원가 부담이 큰 편입니다. 현재 제품의 원가가 50% 수준이니까요. 그래서 해외 시장을 둘러보는 등 식재료 원가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밑반찬 수를 줄인 것도 원가 절감의 일환이다. 현재 제공되는 밑반찬은 깍두기를 섞은 김치가 전부다. 대신 맛이 좋은 국산김치를 제공하는데 고객의 반응이 좋다고. 저녁에는 감자탕, 부대찌개, 꼬리찜 등 술손님을 위한 안주도 제공된다.
고향국밥 15평 매장은 점포비용을 제외하고 4천만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하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