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가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매각을 공식 선언했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조치로 분석된다.
[일요신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실적이 좋은 롯데캐피탈은 매각대상 후순위로 남겨두었다.
롯데지주는 27일 “그룹내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일정 및 절차 등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 이외의 지주회사는 지주사 전환 또는 설립 2년 이내에 금융 관련 회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인 손해보험·카드 등을 팔아야 한다. 롯데지주가 보유 중인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은 각각 93.8%와 38.1% 수준이다.
롯데그룹이 가장 먼저 매물로 내놓은 곳은 롯데카드다. 롯데카드 매각을 위해 최근 대표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법률자문은 신동빈 회장의 변호를 도왔던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았다.
롯데카드는 우리금융지주 등이 매각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신탁사나 증권사 인수를 우선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 만큼 매각대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지주가 금융업 철수를 공식선언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552억 원으로 전년대비 10% 감소했으며,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로 하면서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손해보험의 사정도 다르진 않다.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 인수 등으로 국내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가 해외자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반면 아직 매각 시기와 방향을 논의 중인 롯데캐피탈은 일본 주주들이 많다는 점과 이익 증가세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어 공정위의 마감시한 직전에서야 매각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이번 매각발표는 구속 수감됐던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풀려나면서 매각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일종의 제스처라는 의견이다.
당초 롯데그룹이 금융회사 지분을 롯데물산에 넘기고 롯데물산의 롯데케미칼 지분을 받는 ‘내부 지분 교환설’도 거론됐지만 금융계열사를 직접 시장에서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롯데그룹의 금융업 매각 철수는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원칙을 지켜 호텔롯데 상장 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셈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