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GM 고위 관계자는 1.35ℓ E-엔진 생산 물량을 부평2공장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35ℓ E-엔진 생산을 통해 30%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GM 부평2공장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앞서 글로벌 GM이 20%에 불과한 군산공장 가동률을 이유로 공장 폐쇄를 결정한 만큼 부평2공장은 제2의 공장 폐쇄 대상지로 꼽혀왔다.
한국GM이 말리부 부분 변경 모델에 최초 적용한 1.35ℓ E-엔진. 한국GM
1.35ℓ E-엔진 개발에는 국내 연구 개발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이에 한국GM은 부평2공장으로의 엔진 물량 배정을 통해 오는 12월 3일 법인설립 예정인 한국GM 연구개발 신설법인의 기술력 입증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5년 말 이후 약 3년에 걸쳐 진행된 1.35ℓ E-엔진 개발에는 국내 50여 명 핵심인력이 투입됐다. 전체 엔진 개발 인력의 12.5% 수준이다.
문제는 판매량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단에서 SUV 중심으로 변하는 추세여서 중형 세단 판매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GM 말리부는 9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된 2016년 반짝 판매 인기를 누린 후 판매량에서 경쟁 모델에 밀리고 있다. 지난 10월 말리부는 1만 3582대가 팔리며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 판매량의 25% 수준에 그쳤다.
한국GM은 1.35ℓ E-엔진에 중량 감소와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효율을 높인 만큼 신형 말리부의 시장 경쟁력을 높게 보고 있다. 황준하 한국GM 차량구동시스템 전무는 “1.35ℓ E-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성능으로 기존 1.5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을 대체하기에 충분하고 연비 역시 ℓ당 14.2km로 탁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3개월 후 부평2공장 내 엔진공장 설비에 1.35ℓ 엔진 설비를 추가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형 세단은 2.0ℓ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1.5ℓ 터보보다 더 낮은 배기량의 엔진을 주력으로 가져가는 게 적절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엔진공장 물량 배정과 부평2공장 가동률 간 관계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날 신형 말리부 출시 행사에 참석해 “한국GM은 GM 본사가 인정한 훌륭한 인력을 갖췄다”며 “더 많은 GM의 글로벌 업무를 따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GM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국내서도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카젬 사장은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한국GM의 내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