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메인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인도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차별과 박해를 뚫고 가수로서 성공한 후에도 성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고 그룹 멤버들과 반목하는 모습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프레디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다 보면 러닝타임 134분이 후딱 흘러간다. 그리고 긴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 속에서 곱씹어봤다. 과연 영화 속 이야기가 모두 진실일까?
# 이건 거짓!
극 중 프레디는 매니저의 꾐에 빠져 솔로 활동을 선언한다. 당시 음악의 대가들이 모이는 ‘라이브 에이드(Live Aid)’ 무대에 서 달라고 퀸에게 제안이 있었지만 프레디는 매니저의 농간으로 이 소식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이후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는 멤버들을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하고 다시 퀸으로 활동할 뜻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프레디는 공연 전 리허설 도중 멤버들에게 “나 에이즈(AIDS)에 걸렸어”라고 고백한다. 멤버들은 그런 프레디를 보듬고, 이는 그동안 균열이 갔던 퀸을 다시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라이브 에이드’는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하지만 실제로 프레디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1987년, 2년 뒤이다. 시점상 맞지 않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같이 사건 발생 시기를 조절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 스틸 컷
‘보헤미안 랩소디’의 백미는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라이브 에이드’ 무대다.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무려 7만 2000명 이상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중계로 150개국 19억 명이 시청한 대규모 공연이었다. 이 무대에 오르는 프레디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에 잡힌 청중의 모습은 장관이다. 영화관을 메운 관객들은 마치 직접 무대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작진 역시 재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촬영 장면으로 손꼽는다. 제작진은 영국 허트포드셔에 있는 보빙던 비행장 활주로 위에 거대한 세트를 지었다. 약 5.5미터 높이의 플랫폼을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실제로 1985년 라이브 에이드 무대 제작에 참여했던 팀원들을 고용했다. 또한 12년간 프레디의 개인 비서였던 피터 프리스톤도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전해 디테일을 살렸다. 하지만 7만여 명의 군중은 대다수 컴퓨터 그래픽이다. 그 많은 인원을 한 자리에 모은다는 것은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열광적인 관객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탄생됐다는 것을 느끼기는 어렵다.
# 이건 진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두 번 크게 놀란다. 제목과 가창자는 몰랐으나 참으로 익숙한 멜로디에 “이게 다 퀸의 노래였어?”라고 재차 놀라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어마어마한 가창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극 중 프레디를 연기한 레미 맬렉이 엄청난 노력을 통해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하면 오산, 영화 속 노래는 프레디가 직접 불렀다. ‘27년 전 사망한 프레디가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나’라고 되물을 수 있다.
프레디는 웬만한 여성 가수 못지않은 음역대를 자랑한다. 대다수 팝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서는 주연을 맡은 배우가 노래도 직접 부른 후 보정을 받는다. 하지만 프레디의 고유한 음색과 가창력은 도무지 흉내로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앨범 속 프레디의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 스틸 컷
하지만 라이브의 느낌은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정규 앨범 외에 공연 실황 음원, 리믹스 버전 등도 함께 사용했다. 그래도 부족한 ‘2%’는 캐나다 밴드 다운히얼의 보컬 마크 마텔의 목소리가 메웠다. 그는 퀸의 기타리스트 로저 테일러가 2011년 주최한 퀸의 헌정 공연 당시 프레디를 대신해 보컬을 맡았던 실력파다. 그만큼 프레디와 비슷한 음색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실제 프레디의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히어로는 단연 프레디가 살아 돌아온 듯한 연기를 보여준 래미 맬렉이다. 그가 프레디로 완벽하게 변신하게 위해 ‘무브먼트 코치(행동교정 교치)’까지 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무브먼트 코치와 함께 프레디의 삶 전체를 분석하고 각 시기 별로 그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준 주변 요소들을 파악해 디테일을 살렸다. 또한 사전 비디오 촬영까지 진행하며 몸의 움직임부터 호흡까지 신체 각 부분을 프레디화 시켰다. 그 결과 평소 말투와 걸음걸이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프레디가 보여줬던 퍼포먼스까지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다. 또한 래미 맬렉은 프레디의 트레이드마크인 돌출된 치아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특수 제작된 보형물을 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동성애자인 프레디의 곁을 평생 지킨 메리 오스틴의 존재 역시 진실이다. 퀸의 데뷔 전부터 메리 오스틴과 교제하던 프레디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한 뒤에도 평생 메리 오스틴을 곁에 뒀다. 사망한 프레디의 시신도 메리가 수습했으며 현재까지 프레디의 무덤은 그녀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