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은 나이를 탓하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이 계속되면 다른 요인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대장암 수술을 받고 관절염이 사라졌다”는 사례도 있다. 일요신문DB
‘왠지 식욕이 없다’, ‘미열이 계속 난다’, ‘얼굴이 붓는다’ 같은 증상은 단순한 컨디션 저하로 여기기 쉽다. ‘조금 쉬면 낫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태반일 터. 하지만 실은 우리 몸이 알리는 위험신호일지 모른다. 특히 대장암이나 위암, 폐암, 간암 등 중증질환은 전조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의외로 흔한 징후를 보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주간지 ‘주간겐다이’는 놓치기 쉬운 중증질환의 징후를 소개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일본 의사들이 말하는 신체의 SOS 사인을 함께 살펴보자.
# 대장암 : 관절이 아프다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대장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별히 대장암은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초기증상을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결장이나 직장 부분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결장에 암이 생기면 변비와 복통이, 직장의 경우 배변 후 잔변감이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뜻밖의 증상이 대장암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중앙병원의 쓰치야 료스케 전 병원장은 이렇게 전했다. “나 역시 대장암에 걸렸던 환자다. 당시 손가락에 관절염 같은 통증이 있어 류머티스라고 생각했다. 관련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고 약까지 복용했다. 그런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나니 관절염이 사라졌다.”
의학용어로 암이 동반하는 증상을 ‘종양 수반 증후군’이라고 한다. 쓰치야 전 병원장은 “대장암으로 분비된 호르몬물질이 관절염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흔히 “관절염은 나이를 탓하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이 계속되면 다른 요인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 위암 : 식욕이 없다
오랫동안 사망원인 1위였던 위암. 발생 빈도와 사망률이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암은 위협적인 존재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고이즈미 고이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위암 발생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령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대개 ‘위축성 위염’ 증후를 보인다. 방치할 경우 자칫 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위축성 위염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상복부 불쾌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위암으로 진행될 경우 식욕 저하 및 음식이 통과하는 과정에서 아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단, 우울증일 때도 식욕부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고이즈미 의사는 “정신적 질환과 상관없이 식욕부진이 계속된다면 결코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폐암 : 얼굴이 붓는다
흔히 감기로 착각하기 쉬운 것이 폐암이다. 기침이 나오며, 목소리가 쉬는 등 주로 기관지계 증상이 일어난다. 아울러 놓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얼굴이 붓는 증상이다. 전문가는 “암이 폐 주위의 림프절 조직을 침범하면 얼굴이 붓는다”고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얼굴이 붓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십상. 그러나 이유 없이 얼굴이 계속 붓는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기침 같은 가벼운 증상이라도 2주 이상 지속되는 사람은 검사를 받는 편이 좋다.
# 간암 : 눈의 흰자위가 노랗다
간은 병에 걸려도 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그만큼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 간암과 관련해, 꼭 체크해야 할 신체 부위는 ‘눈’이다. 예를 들어 간에 암이 생기면 담즙의 흐름이 막혀서 혈액 내 담즙 성분이 흡수된다. 그 결과 몸이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황달), 피부에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몇 안 되는 증상 가운데 하나이니 놓치지 말자.
# 뇌경색 : 휘파람을 불지 못한다
암 말고도 자각증상을 아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 뇌경색이다. 뇌신경외과 전문의 후쿠시마 다카오가 이야기한다. “뇌경색의 구체적인 전조증상을 들자면, 컵에 든 음료수를 마실 때 손의 위치와 입이 어긋나는 경우다. 또 글씨가 바르게 써지지 않는 경우도 해당된다.”
뇌질환은 주로 신체 좌우 어느 한쪽에 증상이 나타난다. 가령 좌뇌 또는 우뇌에 이상이 생기면 반대쪽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식이다. 한쪽 신체만 저리거나 한쪽 팔다리와 얼굴의 마비되거나 휘파람을 불지 못하면 뇌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덧붙여 옷을 뒤집어 입는 행동도 뇌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 이와 관련, 후쿠시마 의사는 “흔히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치매로 착각하기 쉽다. 치매인 줄 알고 병원에 왔다가 진찰해보니 뇌경색인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그는 “뇌경색 치료 가능시간이 발생 후 8시간 이내로 알려졌지만, 이 시간이 반드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뇌의 조직은 계속 괴사되므로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뇌경색은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당뇨병 : 입에서 과일향이 난다
당뇨병은 신부전이나 망막증 같은 합병증뿐 아니라 심근경색, 뇌경색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도쿄당뇨병협회 고문인 스기와라 마사히로 원장은 “가장 흔한 증상이 당뇨병성 신경장애”라고 말했다. 당뇨환자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의 하나로, 처음에는 발에 감각이상 정도를 느끼지만 차차 감각이 마비돼 상처가 생겨도 모른 채 방치하게 된다. 주로 ‘모래를 밟는 느낌’이나 ‘가죽이 발바닥에 붙은 느낌’이라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도 갈증, 체중감소, 소변을 자주 보는 다뇨 같은 증상도 당뇨병 징후를 알리는 신호다. 특히 입에서 과일향이나 아세톤 냄새가 난다면 당뇨병이 아닌지 꼭 검사해봐야 한다.
# 치매 : 걷는 속도가 변했다
치매는 스스로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얼마나 빨리 징후를 포착하느냐’가 관건이다. 물건을 엉뚱한 곳에 놓아두고 찾지 못하는 경우, 또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 말하는 것이 치매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나가오 가즈히로 의사는 “걸음걸이를 보면 치매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가오 의사는 “인지기능 저하는 신체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그 첫 번째로 걸음걸이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거나 자세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상반신을 구부리며 걷는 사람은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백혈병 : 발열이 계속 된다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은 주로 건강검진의 혈액검사에서 발견된다. 이와 관련,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다니구치 슈이치는 “백혈병에 걸리면 혈소판이 감소돼 피를 멈추게 하는 기능이 떨어진다”며 “이로 인해 갑자기 몸 곳곳에 멍이 들거나 코피가 나고, 잇몸에 출혈이 나타나는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기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보통의 감기라면 발열이 3~4일 정도로 그치지만, 12일 정도 발열이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