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6명은 대부분 다른 학교 혹은 다른 동네 출신이었다. 이 사건에 연관된 학교만 총 4곳, 학교 사이의 거리는 최장 5㎞로 걸어서는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도 있었다. 한 동네 출신도 아닌 이들을 한 데 묶어준 곳은 다름 아닌 지역 경찰서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이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피의자 6명 가운데 3명은 청소년 대상 특별교육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폭행사건으로 등교정지 처분을 받은 적 있는 A 양(15)은 “연수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특별교육을 6시간 이수했다. 그곳에서 B 군(14)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의자 C 양(14)도 특별교육프로그램을 받던 중 B 군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연수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지역 복지센터로 옮겨 교육을 이수했다고 했다.
피의자들은 특별교육을 마친 뒤 각자의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관계는 지속됐다. A 양과 C 양은 B 군을 통해 피해자 D 군(14)을 알게 됐다. 나머지 피의자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서로서로 알게 됐다고 했다. A 양을 포함한 피의자 가운데 일부는 지난 9월과 10월 몇 차례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구속된 피의자 중 1명과 같은 반인 한 학생은 “원래는 학교도 잘 나오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은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갑자기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학교 친구들’은 나머지 피의자를 뜻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들은 평범한 학생에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로 전락했다. 탈선 청소년의 교화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 도리어 또 더 큰 사건을 발생시킨 단초가 된 것이다.
정작 학생 보호 및 감독의 의무가 있는 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에 무관심했다. 11월 2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사망한 피해학생 D 군(14)은 올해 누적된 무단결석일수 60일을 넘겨 학업 유예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교육청의 무단결석 매뉴얼에 따르면 무단결석일수가 연속 3일을 넘으면 담임교사가 해당 학생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출석을 독려해야 한다.
사망한 학생이 다닌 학교 정문에 취재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있다.
그러나 학교가 실제로 시행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요신문’은 20일 D 군의 학교에 피해자의 집을 직접 방문을 했는지 재차 물었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한 교사는 정확한 답변 대신 “학교에서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나. 우리도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틀 뒤인 22일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은 학교폭력 특별대책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D 군은 잦은 결석을 하는 간헐적 결석 학생이었지만 9일 이상 결석한 적은 없어 학교에서 가정방문 대신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상담 횟수와 그 시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앞서 교육지원청은 D 군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교내 자체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바 있지만 그 결과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D 군은 원래 학교를 잘 나오지 않았다. 얼굴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D 군의 지인은 “D 군이 학교 적응을 어려워했다”고도 했다.
피의자들의 학교도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 구속된 E 양(16)은 올해 1월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4월 인천시교육청 산하 해밀학교에 들어갔다. 이곳은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다. 그러나 E 양은 해밀학교에서도 무단결석을 자주했다. 결국 10월 원래 다니던 중학교로 돌아왔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E 양은 학교에 띄엄띄엄 나왔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의 학교생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학생들은 ‘출결’을 기준으로 답했다. 이들은 학교에 잘 나오는 학생을 ‘평범한 학생’, 지각이 잦거나 띄엄띄엄 나오는 학생을 소위 ‘노는 학생’으로 구분했다. 실제로 피의자 가운데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오늘은 정상등교’ ‘학교 가자’ 등의 게시글을 자랑처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방관에 가까운 관리 부실을 지적받고 있는 학교가 유독 열심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침묵’이다. 기자가 만난 학교 학생들은 하나같이 입을 열기 꺼려했다. 많은 학생들이 걸음을 재촉해 도망가거나 계속된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어렵게 입을 연 일부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기자를 만나면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답하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피의자들 가운데 한 학생의 담임 교사는 같은 반 학생들에게 “몸이 안 좋아 장기 입원을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학급의 한 학생은 “선생님이 입원했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지자체의 행정시스템도 여러모로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D 군이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복지센터 다문화가정 팀장은 “개인정보보호법상 D 군이 다문화가정 관리 대상자였는지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원 프로그램은 신청자에 한하여 진행된다”면서 “여기서는 서류만 처리한다. 실질적인 상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보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청소년의 흔적을 찾긴 어려웠다. 진행되는 지원 프로그램 대부분은 아동 대상의 한국어교육과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 문화 교육 수업뿐이었다.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지원내용은 거의 없었다.
인천시 연수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연수구 내 다문화가정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연수구 내 신청자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회원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사자가 먼저 신청을 해주어야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제 발로 찾아와 먼저 신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전국 다문화가정 자녀수는 작년 말을 기준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6000명은 인천에 살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