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이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의 피해 규모가 컸던 것은 KT아현국사에 통신장비가 집중된 탓이다. KT아현국사는 광케이블과 교환장비 등이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망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D등급으로 분류돼 백업체계가 갖춰 있지 않은 데다 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장비기술이 발달하면서 장비가 소형화된 만큼 분산할 필요가 없어 집중시켰다”면서도 “화재 같은 물리적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가 분산돼 있던 통신장비를 한 곳에 집중시키면서 피해규모가 확대됐다. KT는 장비고도화에 따라 분산돼 있던 통신장비를 소수 지사에 집중시키고, 장비가 빠져나간 지사의 건물은 매각하거나 부동산 개발을 통해 이익을 창출했다.
KT는 2010년 부동산 개발·공급 및 임대·관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KT에스테이트를 설립, 부동산사업에 뛰어들었다. KT에스테이트는 이듬해 자산 관리회사 KT AMC를 설립하며 KT가 보유한 전국 25개 유휴 전화국 사옥을 자산으로 편입해 유동화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T가 부동산 매각에 한창 열을 올리던 시기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로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KT의 국사 매각은 멈췄다. 다만 KT에스테이트 홈페이지에 2014년 7월부터 게재된 KT 소유 부동산 매각 공고 등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과 7월 평택분기국사와 마전분기국사, 경주석읍분기국사, 3개 국사의 부동산 매각 공고를 게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 회장은 취임 후 국사 매각과 다른 방식의 부동산 사업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2011년 45억 2300만 원이었던 KT에스테이트의 매출은 지난해 2017년 5553억 8100만 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분양수익은 2256억 3100만 원으로 총 매출의 40.6%를 차지했으며, 임대수익이 1528억 700만 원으로 27.5%, 부동산매각수익은 315억 7700만 원으로 5.7%였다.
황창규 회장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사 매각보다 호텔사업이다. KT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 신사·송파·명동 전화국 지사가 있던 자리에 ICT기술을 접목한 호텔을 세울 계획을 잡고 있다. 필요 없어진 전화국을 오피스텔이나 호텔로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지만, 문제는 호텔로 변신할 계획인 전화국사에 있던 통신장비들을 다른 국사로 옮겨 집중화한다는 데 있다.
KT아현국사 화재의 경우에도 과거 아현국사 주변 5개 전화국에 있던 장비들을 최근 몇 년 사이 아현국사로 집중하면서 피해규모가 커졌다. KT가 호텔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명동 전화국에 있던 통신장비들도 올해 아현국사로 옮겨졌으며, 신사·송파 전화국에 있던 통신장비들도 부근 다른 국사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은 “이전에 통신장비가 있던 다수 전화국이 호텔, 오피스텔로 개발됐다”며 “집중화는 기술발달에 따라 이뤄진 것일지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중화시킨 지사들의 관리등급을 상향시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수익 극대화만 생각해 설비투자를 줄인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측근 중심 인사 전진배치 친정체제 강화 황 회장은 최근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회장은 지난 16일 인사에서 김인회 비서실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겼다. 사실상 KT의 살림을 책임지게 된 김인회 사장은 황 회장이 KT에 입성할 당시 직접 영입한 ‘삼성 인맥’이자 최측근이다. 이번 인사로 김 사장은 구현모 사장을 제치고 그룹 내 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올랐다는 평을 받는다. 구현모 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에서 커스터머&미디어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내 2인자로 인식되던 구 사장이 상대적으로 김인회 사장에 밀려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커스터머와 미디어사업본부를 통합해 확대 재편한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은 여전히 KT 내 최대 규모 조직이다. 부산본부장에서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현옥 전무도 눈에 띄는 인사다. 신 전무는 지난 노조 선거에 황 회장과 함께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이번 인사 이동으로 인사노무 책임자 자리를 맡아 뒷말이 무성하다. KT 안팎에서는 예년보다 다소 빨리 진행된 인사·조직개편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황 회장이 퇴임 이후를 생각해 측근에 주요 보직에 앉혀 차기 회장 후보로 띄우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KT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은 이미 다수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번 임기를 무사히 마무리할 것이라 보는 것 같다”며 “퇴임 이후 안전을 위해 신뢰할 만한 측근을 후임으로 앉히기 위한 포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