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봉천동에서 ‘효자골 감자탕’을 운영하는 이지원씨(오른쪽)는 아내 황선심씨와 친구 전용준씨를 각각 서빙, 요리 동료로 끌어들여 성공했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한다. | ||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 현대시장 입구에 있는 ‘효자골 감자탕’에 들어서면 언제나 밝은 표정의 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장 이지원씨와 아내 황선심씨(34). 그리고 이씨의 친구 전용준씨(3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해 10월 이씨가 창업을 결심하면서 의기투합했다.
방송국 카메라맨 출신인 이씨는 뒤늦게 창업해 실패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결심을 굳혔다. 직장을 그만둔 그는 음식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홀 매니저가 되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만 실패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제 사업을 시작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점포를 구하고 주변 상권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리고 감자탕을 아이템으로 정했다. 소문난 감자탕집을 찾아다니며 조리법을 배웠다. 모든 준비를 끝낸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종업원 문제였다.
“마음에 드는 종업원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제 마음처럼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니 아내와 친구밖에 없더라고요.” 그는 방문교사 일을 하던 아내와 다른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사업에 끌어들였다.
전씨는 그가 강남의 대형 호프집에서 일할 때 친분을 쌓아온 요리사 친구다.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금방 친해졌죠. 2년간 같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각자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헤어졌어요. 감자탕집을 연다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두말 않고 달려왔습니다.”
▲ ‘효자골 감자탕’ 식당 안을 꽉 채운 손님들. | ||
“초기에는 전수 업체에서 돼지뼈와 양념 스프 등을 받아왔습니다. 식재료의 원가가 높은 편이었죠. 하지만 독창적인 맛을 개발하면서 식재료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함께 고민한 결과죠.”
메뉴도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감자탕에 추가로 넣어먹는 사리는 보통 우동, 라면 등의 면 종류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낙지, 새우, 조개 등 해물을 재료로 한 ‘해물사리’를 새롭게 선보였다. ‘감자탕에 웬 해물이냐’며 미심쩍어 하던 손님들은 의외로 개운한 맛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을 위해 추가한 돈가스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식사 메뉴로 인기다. 여섯 가지의 푸짐한 기본 반찬과 계란말이는 넉넉한 인심을 좋아하는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들이다.
부인 황씨는 공동 창업에 대해 “처음에는 남편의 친구라는 생각에 대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편안하다”며 “남편이 가게를 비워야 할 때 대신할 친구가 있어 걱정할 일이 없는 것”을 가장 좋은 점으로 꼽았다. 친구 전씨는 “친구의 가게이기 때문에 주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여기고 열심히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에는 해장국, 저녁에는 감자탕이 많이 나가는데 월 매출은 1천8백만~2천만원 정도다. 마진율은 40~45%.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