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외야수 김재환. 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 19일 2018 KBO 리그 시즌을 마무리하며 시상식이 열렸다. 신인왕은 강백호(KT), MVP는 김재환(두산)이 수상했다. 축제가 되어야할 시상식은 논란을 낳으며 끝났다. 축하를 받아야할 MVP 김재환은 ‘한미일 야구를 통틀어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최초의 MVP’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도 함께 달게 됐다.
#김재환 수상에 MVP 선정 방식으로 번진 논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김재환은 충분히 MVP를 받을만 한 기록을 남겼다. 시즌 중 5경기를 제외한 139경기에 나서 527 타수 176안타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1위, 안타 6위 타율 10위로 리그 최고 타자급 활약을 펼쳤다. 또한 정규리그 우승팀의 4번타자라는 프리미엄, 외국인 선수 공백을 채웠다는 점도 인정을 받았다.
다만, 이번 그의 수상은 ‘약물 전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2011년 야구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실시단 사전 도핑 검사에서 스테로이드가 검출됐다. 엄격히 금지된 약물 성분이었다.
이 처럼 금지약물 적발 전례가 있는 선수가 MVP를 수상하자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한미일 최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배리 본즈가 MVP에 선정된 바 있으나 약물 복용이 적발되기 전의 일이었다. 적발 이후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중 하나인 ‘명예의 전당’ 입성에는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물 전력이 아니었다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고도 남았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시상식에서 촉발된 논란은 MVP 선정 방식으로 불이 번졌다. 시상식을 지켜보는 팬들 사이에서 신인상이나 MVP 선정 방식은 매번 크고 작은 논란을 낳는다. ‘가장 가치있는 선수(MVP. Most Valuabe Player)’를 지목하는 시각이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시상은 취재 기자들의 투표에 의해 이뤄진다. 다만 이번 KBO 시상식은 사안의 무거움에 따라 논란의 정도가 더했다.
KBO MVP의 경우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KBO 리그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투표로 선정된다. 규정 이닝이나 타석을 채운 선수 또는 개인 부문별 순위 10위 이내 선수가 MVP 후보가 된다. 투표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자율적으로 순위를 선정해 1위부터 5위까지 표를 던진다. 1위는 8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이 배정돼 점수를 합산한다.
이 같은 제도는 지난 2016년부터 도입됐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는 추려진 후보들 중 단 1표만을 행사해야 했다. 기자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시상식을 두고 일부에선 질타가 쏟아졌다. 약물 전력 MVP 배출에 의문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김재환이 투표 결과 1위에 올랐지만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MVP가 됐다.
FIFA에서 매년 수상하는 ‘올해의 선수’의 경우 각국 감독과 주장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사진=크리스티아노 호날두 페이스북
KBO 리그와 시즌 일정이 대거 겹치는 프로축구 K리그 또한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시상식을 앞두고 MVP, 감독상,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등 수상자 선정 방식을 대폭 수정했다.
취재 기자들의 투표 이외에 현장의 감독과 선수(주장)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기존에는 프로야구와 같이 100% 기자들에 의해 MVP가 선정됐다면 올해부터 감독(30%), 선수(30%), 미디어(40%)의 투표 결과가 점수로 환산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미디어투표 방식에도 손을 댔다. 지난해까지 소위 ‘메이저 언론사’에 더 많은 투표권을 부여하던 방식에서 출입기자 각자에게 투표권이 돌아가게 됐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메이저 언론사가 매주 현장을 지키는 전문지보다 권한이 많은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에서였다. 또한 연맹 관계자는 “과거엔 일부 구단이 소속 선수들의 수상을 위해 언론사에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각국 감독과 선수의 투표로 이뤄지는 ‘FIFA 올해의 선수’ 선정 방식을 참고하기도 했다.
30년이 넘는 역사 동안 MVP 선정 권한을 독식해왔던 기자들에게도 이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일부에선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60%의 점수를 차지하는 감독과 선수는 24명 내외지만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은 100여 명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투표에서 선수나 감독 한 명과 기자 한 명이 가지는 영향력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였다. 연맹 관계자는 반발 의견을 잠재우기까지 진땀을 빼야했다.
하지만 반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인 팬들의 의견도 반영돼야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연맹 관계자는 “팬 참여도 고려했었다”며 “특정 팀 팬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일단 보류했다. 적절한 절차를 구상해 내년에 시도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기자 외 다른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K리그 역사상 최초다. 변화는 올해로만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연맹은 올해 투표 결과를 보고 다음 시즌에는 보완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프로농구와 배구의 MVP 선정 과정 또한 현재 프로야구, 지난해까지의 K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등록된 언론사별로 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KBL 관계자는 향후 수상자 선정 방식 변경 가능성에 대해 “연맹차원에서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자단과 협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선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