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은 지주회사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여느 지주체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이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과반에 근접하고, 개인 지분이 계열사 곳곳에 상당히 남아 있으며 지배구조상 아래인 코오롱티슈진의 시가총액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코오롱티슈진의 2대주주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 11월 28일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2014년 1월 2일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열린 코오롱그룹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이웅열 회장. 연합뉴스
이웅열 회장의 ㈜코오롱 지분 시가는 2300억 원가량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지분가치는 1370억 원가량이다. 아들인 이규호 코오롱 전무가 이들 지분만 증여받아도 그룹 경영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2000억 원에 가까운 증여세 부담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코오롱티슈진 지분가치만 4600억 원이 넘는다. 극단적인 경우 이를 현금화시켜 이 전무에게 증여할 경우 세금을 내고도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에 충분하다. 코오롱티슈진은 이 회장 지분을 제외하고도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분율이 41.4%에 달한다.
코오롱티슈진은 1999년 설립된 세포유전자 기술 플랫폼 기반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 업체다. 2004년 미국 특허, 2017년 국내 품목허가를 얻었다. 아직은 매출액이 연간 300만 달러 미만이고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일단 2022년 임상을 완료하고, 2023년 중 신약 시판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7개국 골관절염 시장규모는 올해 50억 달러, 2024년 92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웅열 회장의 지분 승계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지주사 지분 절반을 가진 주주로서 영향력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코오롱 주가는 지난해 한때 주당 8만 원이 넘다 올 들어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 10월에는 3만 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오롱은 고 이동찬 명예회장에서 이웅렬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때도 ‘선제적’이었다. 이 명예회장이 74세, 이 회장이 40세 때인 1996년 최고경영자 변경이 이뤄졌다. 당시 이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은 20%에 턱걸이 했지만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획기적인 지배력 강화가 이뤄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