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V리그에서 ‘수원 남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눈앞이 깜깜하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경기도 수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배구 두 팀의 이야기다.
2018-2019 도드람 V리그가 3라운드 시작을 앞두고 있다. 남자부와 여자부 각 팀이 상대와 2번씩 맞대결을 치렀지만 수원에 자리잡은 한국전력 빅스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승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각각 0승 12패(한국전력), 0승 10패(현대건설)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 남녀부 최하위를 차지했던 팀들로 초반에는 힘을 냈다. 이들 ‘수원 남매’는 추락을 거듭하는 성적 외에도 다방면에서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FA 출혈 메우지 못한 수원 남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들의 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양 팀 모두 이적시장에서 출혈이 있었다. 한국전력은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전광인이 FA로 풀리며 현대캐피탈에 내주게 됐다. 그는 단순 공격수 1명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을 맡고 있었다.
한국전력은 전광인을 내주며 보상선수로 세터 노재욱을 지목했다. 상대 주축을 빼오며 허를 찔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팀이 이미 3명의 세터를 보유한 상황에서 1명이 추가되며 잉여 자원이 생기게 됐다. 또한 국가대표 세터 노재욱은 한국전력에서 이상하리만치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노재욱은 팀이 7연패를 달리던 시점, 우리카드 최홍석과 트레이드 됐다. 최홍석의 포지션은 전광인이 떠난 레프트다.
여자부 현대건설도 FA 시장에서 주축 선수를 잃었다. 현대건설은 센터진의 높이가 강점으로 꼽히던 팀이었다. 양효진-김세영으로 이어지는 190cm 대 트윈타워는 현대건설의 자랑이었다. 이를 토대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은 김세영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이 베테랑 선수를 홀대했다’는 루머의 주인공으로 현대건설이 지목돼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베키의 퇴단 이후 새롭게 영입된 현대건설 마야. 사진=현대건설
많은 프로 스포츠가 그렇듯 V리그 또한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남자부 득점 부문 상위 5걸이 모두 외국인 선수로 채워졌고 여자부 또한 5명 중 4명이 외국인 선수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은 각팀 외국인 선수들이 줄을 선 개인기록 순위 상위권에서 빠져있다. 이들은 올해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도 실패를 맛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독일 출신의 사이먼 헐치를 지목했다. 컵대회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훈련 방식에 불만을 품고 정규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짐을 쌌다.
급하게 수혈한 대체선수 아텀 수쉬코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부상과 회복을 반복 중이다. 그간 단 5경기에만 출전했다. 향후 회복 기간은 5주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 차례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기에 더 이상의 수혈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건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이탈리아 출신 베키 페리를 지명했다. 베키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4경기만 치르고 부상 등이 겹치며 퇴출됐다. 새 외국인 선수 마야가 보강됐지만 반등의 실마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마야 체제에서도 2연속 0-3 패배를 당했다. 이 같은 외국인 농사의 실패는 6순위로 뽑힌 어나이의 맹활약이 이어지며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이도희 감독의 세터 운용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 세터진 3명은 이다영(22세), 김다인(20세), 이미소(19세)로 구성돼 있다. V리그 여자부 6개 팀을 통틀어 가장 어린 평균 20.33세다. 이들의 경험 부족과 더불어 체력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다영만이 홀로 전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백업 세터 두 명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 출전 기록은 0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설위원은 현대건설의 부진에 대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며 선수들 사이에서 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라며 “짧은 시간 안에 팀이 반등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외국인 선수 마야의 본래 포지션이 황연주(라이트)와 겹친다.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포지션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인데 선수들에게 고정된 포지션을 지정하고 손발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