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 11일 만료되며 원내대표 경선이 곧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당은 물론 정치권의 눈은 원내대표 경선에 쏠려 있다. 무엇보다 1년의 임기를 수행할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2020년 21대 총선 직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도 원내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어 모두가 그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11월 30일 현재 출마를 공식선언한 이들은 나경원‧유기준‧김학용‧김영우‧유재중 의원 등이다. 강석호 의원은 11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나눴다. 무엇보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양보하는 모습으로 대한민국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더 큰 가치, 포용력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학용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부족한 후배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신 강석호 의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김무성계 후보는 한 명으로 압축됐다.
당 안팎에선 김무성 의원이 비박계 출마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무성하게 나왔다. 그러나 강 의원은 “단일화는 김학용 의원과 나와의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이해해달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작 당 내부에선 김무성 의원의 ‘개입설’이 사실처럼 나돌고 있었다.
김무성 의원은 김학용 의원의 승리를 위해 물밑에서 총력을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다른 비박계 의원들도 출마를 선언했지만, 김학용 의원이 이른 시점부터 앞서 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비박계 후보군 가운데 두드러진 모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무성 의원은 계파가 탄탄하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최소 10명이다. 나름의 보스기질도 있으니 (따르는 사람이 많다)”며 “김학용 의원에게는 김무성 의원만한 사람이 없다. 그만한 지지기반을 갖춘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좌성태 우학용(좌측엔 김성태, 우측엔 김학용)’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다.
비박계에선 김무성 의원을 배경으로 한 김학용 의원의 선거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 친박계에선 당초 비박계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이 선두에 섰다. 나 의원은 잔류파이지만, 뚜렷하게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아 중도-비박계 정도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지난 11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이렇게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 거기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그의 이 발언을 ‘친박계의 표를 노린 전략’으로 받아들였고, 실제로 친박계는 이 러브콜에 화답했다. 친박계를 비롯한 잔류파 모임인 자유한국당 우파재건회의는 11월 30일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단일화 우선 후보로 나 의원을 지명한다”라고 밝혔다.
사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박은숙 기자
그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은 나 의원의 그 발언(박 전 대통령 감옥)이 진정성 없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일단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에 따르면 출마를 선언한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친박진영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 의원은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때 나와서 7표를 받았다. 밥을 50명의 의원들에게 사줬는데 7표를 받았다더라. 본인이 자신에게 던진 한 표를 제외하면 6표밖에 안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어 “친박은 나경원 의원을 일단은 밀어주고, 당선된 뒤에 두고 보자는 마음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 의원은 당 내부에서 친박이긴 하지만 딱히 인기가 없어 보인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더라“라며 “나 의원과 친박계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 아니겠나. 나 의원은 결국 급한 대로 친박 진영에서 러닝메이트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의 관계자는 만약 나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을 경우에 대해 “나 의원에게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아무래도 (그가 원내대표가 됐을 때 공천심사 등에서) 자신들의 모가지를 보존해야 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며 “홍문종‧유기준 의원이 나 의원과 돈독하다,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유 의원과 나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원래 이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2015년 유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며 자신이 맡고 있던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직이 공석이 됐다. 이에 여러 의원들이 외통위원장 후보 경선에 몰리며 치열한 싸움을 벌였는데, 당시 유 의원이 나 의원의 당선을 위해 뒤에서 물심양면 도왔다는 후문이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원내대표 후보군이 여러 명으로 난립하는 상황이지만, 최종적인 상황에선 유 의원과 나 의원이 서로를 도와주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게다가 홍준표 전 대표 체제 때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유 의원 입장에선 자신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 당협위원장직을 되찾길 바랄 것이며, 결국 최종 후보 2인이 남는 상황이 되면 유 의원과 나 의원이 단일화하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