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 전문 의류매장 오렌지팩토리 부도 이후 장부는 충격적이었다.
부도 이후 4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회사가 과연 회생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관리인 조사가 시작됐다. 8월 13일 그런데 ‘일요신문’이 입수한 조사보고서에는 의문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는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 땡처리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해 ‘땡처리왕’으로 꼽히는 전상용 대표. 조사보고서에 담긴 그의 행적은 의문투성이였다.
사업보고서는 먼저 우진패션비즈의 기본적인 개요를 설명했다. 1997년 최초 금강교역으로 설립된 회사는 2003년 우진패션비즈로 상호를 변경했다. 오렌지팩토리는 2000년 용인점 1호점을 시작으로 2017년 말 전국에 약 250평 규모로 53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608명을 고용했다. 2017년 매출은 약 1400억 원을 기록했다.
오렌지팩토리가 부도가 나게 된 대외적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소비재산업 침체, 2015년부터 시작된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선언으로 인한 과도한 설비투자, 금융기관의 상환 압박이었다.
반면 이 같은 대외 요인도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오렌지팩토리와 거래한 의류업체 한 대표는 “중국 사업으로 투자한 게 없다. 계약 자체가 컨설팅 계약이다”라며 “MD 및 상품공급, 직원들 서비스 교육 등을 지원해주면서 5% 컨설팅비용을 받는 계약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소비재산업 침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촛불집회를 주말마다 해서 주말 매출이 조금 빠진 건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부도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의문스러운 점은 이후 제시된 지배주주 및 임원들의 책임 항목이었다. 악화된 재무상황에서 지속적인 어음발행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점은 지배주주의 중요한 실책이라고 적혀있다. 주주는 사실상 회사를 100% 소유한 전상용 대표밖에 없다.
여기서 말한 실책은 2015년부터 회사의 자금 사정이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음에도 대안으로 선택한 게 어음 돌려막기에 나선 것이었다. 이렇게 커지기 시작한 어음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어음 돌려막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중 배임에 해당한다.
사라진 선급금 문제도 있었다. 오렌지팩토리는 상품을 저가로 매입하거나 선점을 위해 돈을 미리 주는 선급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선급금 지급을 별도의 과정 없이 전상용 대표가 직접 관리했고 매입 대금 송금도 대표 자금담당 직원이 직접 지시하고 있었다. 임직원 누구도 선급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상품 매입처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문제는 이렇게 비는 선급금 규모가 커도 너무 크다는 점이다. 장부에는 약 133억 원이 있다고 적혀 있지만 실사 조정 이후 조사된 금액은 4억 원에 불과했다. 약 130억 원이 장부와 달리 사라진 셈이다.
너무 큰 규모의 액수 공백의 이유로 조사인은 전상용 대표가 2016년 중순부터 법인계좌 대신 개인계좌를 쓴 점을 꼽았다. 전 대표는 법인 계좌가 가압류돼 썼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개인계좌를 이용하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회사돈인지 개인돈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전 대표의 또 다른 회사이자 같이 부도난 프라브컴퍼니 돈이 개인계좌로 흘러갔고 이 돈은 다시 외부로 빈번하게 나가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이렇게 돈의 이동은 적절히 감시되지 않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하고 있었다.
130억 만 비는 게 아니다. 재고관리도 엉망이었다. 장부에 나와 있는 재고는 약 396억 원이었지만 실사 결과 166억 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비게 된 금액이 약 230억 원이었다. 230억 원의 재고물량만 약 370만 장이었다. 이렇게 빈 내역은 회사의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
조사인은 어디로 갔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경우로 2017년 오렌지팩토리가 A 회사에 발행한 어음을 할인해준 B 회사에 대한 담보로 재고 자산을 제공한 사례를 들었다. 이처럼 여기서 돈을 받아 저기서 재고로 처리하는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다만 이렇게 할인된 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앞서의 개인계좌 사용 문제 등으로 알 수 없다.
내 채권자라고 신고하면서도 반대로 ‘내 빚이라고 시인하거나 내 빚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시부인표에서는 부정하는 결과도 있었다. 우진패션비즈가 채권자 목록에서 ㅇ 회사, ㅋ 회사 등은 채권액을 신고했지만 시부인표에서는 ㅇ 회사의 약 24억 원이었던 채권에서 약 17억 원을 부인했고, ㅋ 회사의 약 29억 원이었던 채권에선 28억 6500만 원을 부인해 5000만 원밖에 남지 않게 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막판 부인을 한 채권이 많다고 한다.
한 오렌지팩토리 피해자는 “당연히 인정받는 줄 알고 가만히 있던 피해자들은 갑작스러운 부인으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인정받기 위해 다시 기나긴 소송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오렌지팩토리의 장부에 있던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나긴 소송전으로 인해 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도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일요신문’은 전상용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