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짱 죽이는 육해공군’에서는 종업원이 군복을 입고 서빙하는데 손님들은 계급에 따라 이들을 부르며 즐거워한다. | ||
최근 창업 시장에는 고객에게 상품뿐만 아니라 웃음과 재미를 함께 파는 ‘펀(Fun)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외식업도 예외가 아니다. 먹는 것 외에 보고 느끼고 참여하는 즐거움이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외식비용을 줄인다지만 펀 마케팅을 하는 음식점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짱 죽이는 육해공군(sealsfood.co.kr)’을 운영하고 있는 전용희 씨(48)를 만나 펀 마케팅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김 상병, 여기 누드 삼겹살 2인분 추가해줘.” “박 일병, 우리 소주 한 병 더.” “최 이병, 야채 좀 더 갖다줘.”
초록색 계통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곳은 군대 내무반이 아니다. 테이블에 음식 접시가 놓여져 있고 고기를 구우며 소주 한 잔 주고받는 사람들이 가득한 음식점이다. 군복에 베레모를 눌러쓴 사람은 다름 아닌 이곳 종업원들이다.
수원에서 ‘짱 죽이는 육해공군’(육해공군) 우만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용희 점주는 “고깃집 손님들이 대부분 30~40대 남성임을 감안해 군생활의 추억을 재미있게 되살렸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며 흐뭇한 표정이다.
손님들은 종업원의 제복에 부착된 계급장과 이름표를 확인한 뒤 즐거운 표정으로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듯 주문을 한다. 주문을 받은 뒤 거수경례를 하는 종업원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손님이 담배를 꺼내들면 종업원들은 갑자기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뽑아들고 손님을 향해 겨눈다. 권총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주기 위해서다. 테이블에는 또 한번의 웃음이 터진다. 종업원의 계급은 경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곳의 즐거움은 유니폼뿐만이 아니다. 메뉴에도 독특함이 묻어난다. 점심시간에 주문이 가장 많은 스페셜 점심 메뉴는 ‘육군의 밥상’, ‘해군의 밥상’, ‘공군의 밥상’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돼지김치두루치기, 해물김치두루치기, 유황오리김치두루치기 등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전 씨는 “똑같은 김치찌개라도 어떤 이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이는 육류를 싫어해서 해물이 들어가길 원하는 이도 있습니다. 한 가지 종류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고객의 입맛을 고려해 선택의 범위를 넓혔죠. 거기에 주문하는 재미를 더했고요.”
육해공군은 말 그대로 육류, 해산물, 닭과 오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다.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하는 동시에 특정 질병 유발사태에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사실 그는 백반집을 운영하다가 업종 전환을 시도한 케이스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백반집은 장사가 그럭저럭 됐다. 하지만 식사 메뉴만 취급하다보니 매출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점심 장사가 다였어요. 저녁에는 일찍 문을 닫아야 했죠. 매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저녁 술손님을 잡는 것인데, 고깃집은 너무 많잖아요. 차라리 다양한 입맛을 모두 잡아버리자고 생각했죠.”
메뉴 종류가 많아도 운영에 번거로움은 없는 편이라고 한다. “깨끗이 손질된 고기를 진공 포장된 상태로 공급받습니다. 고추장, 마늘, 갈비맛 등 여섯 가지의 소스와 양념도 매일 공급되고요. 포장을 뜯어 소스를 바르거나 양념을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 말고 주방에는 한 사람만 더 두고 있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별들의 전쟁’, ‘나만 첩보원이야’ 등 단체 고객을 위한 세트 메뉴는 서너 종류의 고기와 해산물이 모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만 8000원~3만 원의 가격으로 인기가 많다.
다양한 이벤트도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월요일은 육군의 날, 수요일은 해군의 날, 공휴일은 공군의 날로 정해 관련 메뉴를 주문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육해공군’의 창업비용은 25평 기준 3700만 원, 일평균 매출은 50만 원, 순수익은 40% 정도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