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함께 침구류 전문점 ‘이브자리’를 창업해 성공한 문은주(오른쪽) 이상필 씨. | ||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가량을 잠을 자는데 보낸다고 해요. 낮 동안의 스트레스와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은 아주 중요하죠. 잠을 깊이 잘 자기 위해서는 계절에 따라 알맞은 이부자리를 골라야 합니다.”
문 씨 부부가 운영하는 침구 전문점에는 60여 종류가 넘는 침구 제품이 유리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매장 곳곳에 놓여진 8개의 침대에도 이불, 베개, 쿠션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20만~30만 원 대의 침대 세트다. 30~40대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다. 커튼, 앞치마, 방석 커버 등 소품류의 판매율도 높은 편이다.
“혼수 제품은 사계절 내내 판매가 꾸준하고요, 봄가을 이사철에는 이부자리를 새로 장만하려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집들이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선물로도 주문이 많아요.”
부부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7년 전 침구 전문점을 열었다. 금융업 쪽에서 일하던 남편의 여신사고로 가족 모두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으면서 생계를 위해 부인 문 씨가 창업에 나섰다. 아이템도 그가 직접 결정했다.
“사실 예전에는 이불집 운영하는 사람이 가장 멍청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불은 한 번 사면 오래 쓰잖아요. 저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고요. 장사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문 씨의 선입견은 우연히 접한 침구 전문점을 통해 여지없이 깨졌다. 직장 생활 당시 회사 아래층에 또래의 여성이 운영하는 이불가게에 자주 들렀는데 월말이면 수백만, 수천만 원의 현금을 은행에 입금시키는 모습을 보았던 것.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뒤 언젠가 남편이 퇴직을 하면 침구 전문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였다. 큰돈은 못 벌어도 밥은 먹고 산다는 경험자의 말에 그는 미련 없이 침구 전문점을 골랐다. 2000년 2월 허허벌판이었던 수지 풍덕천동에 15평의 판매점을 열었다.
“가게에 모든 것을 걸었어요. 늦은 시작이었지만 실패하지 않아야 했죠. 보험회사의 세일즈 기법 책자를 통독하고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부부는 ‘어제의 나는 없다’는 마음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제품 하나를 팔아도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고객의 말은 무조건 경청했다. 새벽에 일어나 전단지를 배포하고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돌렸다. 20여 개의 현수막을 매주 걸었다 떼어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영업 첫날 매출은 40만 원. 이브자리 가맹점 중 최악의 매출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결같은 자세로 고객을 대했더니 두 달이 지나자 하루 매출이 1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 고객과 상담 중인 문씨. | ||
문 씨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바로 고객 카드에 있다. 그는 영업 초기부터 자체적으로 고객 카드를 제작했다. 방문 고객의 신상명세, 선호하는 색깔, 좋아하는 제품의 종류, 구입한 제품 등을 꼼꼼히 기재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었다. 고객이 재방문을 하면 고객 카드를 꺼내들고 그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를 펼쳐나갔다.
“한번은 고객이 이불솜을 사러 오셨어요. 그런데 카드를 보니 최근에 이불솜을 사간 기록이 있는 겁니다. 손님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깜박했다며 오히려 고마워하셨죠. 그 뒤로 친구와 이웃 주민들까지 데려와 물건을 많이 사가셨어요.”
밀착형 고객 서비스를 통해 그가 보유한 고객 카드는 현재 7000여 장에 이른다. 매장의 규모도 15평에서 60평으로 커졌다. 한달 제품 구입 금액도 2억 5000여 만 원에 달한다.
부부는 고객카드와 함께 ‘해피콜’ 서비스도 도입했다. 물건을 파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만족 여부를 다시 한번 전화로 확인하는 것. 애프터 서비스는 수선비용이 생기더라도 전액 자신들이 부담하며 심지어 배달까지 해준다. 고객 감동은 배가 되고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문 씨는 “판매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판매 후의 서비스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다시 찾는 고객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조언했다.
이브자리 풍덕천점의 창업비용은 1억원 내외(점포비용 제외, 초도상품비 평당 120만 원). 월 평균 매출은 5000만~6000만 원, 마진율은 40% 정도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