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자의든 타의든 언젠가 퇴직을 하기 마련이다. 통계에 따르면, 정년을 채워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는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기 퇴직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들의 대부분은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 전문가들은 퇴직자의 경우 연령과 적성, 준비된 자금에 따라 창업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퇴직 후 창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나학수(52), 장재덕(49) 부부와 김종하 씨(38)를 만나봤다.
‘개성할머니 보쌈’ 수원역점 - 나학수 장재덕 부부
“직장 생활이요? 가끔은 그립죠. 하지만 지금 버는 만큼 월급을 준다면 모를까,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아요.”
부인 장재덕 씨와 함께 수원역 앞 먹자골목에서 보쌈집을 8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나학수 씨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쌈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직장 생활 당시 월급의 3배를 훌쩍 넘어선다. 2만~3만 원대의 보쌈 메뉴로 한 달 평균 4200만~43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순수익은 1000만 원 정도다. 이러한 결과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칠전팔기의 도전 끝에 이룬 성공이다.
그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수년간을 일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그는 고민 끝에 사표를 던졌다. 그 길로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던 것. 아내를 부추겨 함께 주점을 열었다. 장사는 잘됐지만 장사 초보에게 주점 운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다시 직장인의 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8개월 만에 다시 사표를 던졌다. 잠깐이었지만 성공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커피숍을 차렸다. 열심히 운영했더니 6년 동안 꽤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대형 고깃집을 열었다.
“12억 원을 투자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고깃집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투자 금액에 비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겁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음식점을 낸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2억 5000여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가게를 미련 없이 처분했다. 그리고 수원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역 먹자골목에 다시 음식점을 열었다.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했다. 우선 상권에 없는 메뉴를 리스트에 올렸다. 소위 잘 된다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먹어보고 맛을 꼼꼼히 비교했다. 시간대별로 손님이 얼마나 방문하는 지도 지켜봤다. 치밀한 계산 끝에 선택한 메뉴가 바로 ‘보쌈’이다.
“보쌈은 고기를 수육 형태로 삶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기름 성분이 상당 부분 제거됩니다. 보쌈과 함께 먹는 김치도 세계 5대 건강식품이잖아요. 건강과 다이어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 요즘 사람들에게 적합한 메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경쟁자가 없어 보쌈을 먹으려는 고객들은 모두 그의 가게로 몰려든다. 그는 경쟁업소가 생긴다고 해도 맛과 가격, 서비스 모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본점과 똑같은 맛”이라며 “가맹점에서도 본점과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가격이 다소 고가이긴 하지만 고기와 배춧속, 김치속, 양념과 소스 등 본사에서 공급하는 재료를 100% 쓰고 있다. 야채류는 매일 아침 가까운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다. 24시간 운영하는 나 씨 부부의 보쌈집 창업비용은 1억 원(40평, 1·2층 점포 비용 제외) 월 평균 매출은 4200만~4300만 원 정도. 순수익은 1000만 원.
창업비용 : 1억 원
(40평·점포비용 제외)
월 평균 매출 : 4200만~4300만 원
순수익 : 1000만 원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김종하 씨의 일터는 수백 군데가 넘는다. 물론 자신의 점포는 하나다. ‘방문 컴퓨터 수리업’의 특성상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의 일터가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컴퓨터와 관련한 전문지식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무척 당황합니다. 어디에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죠. 그럴 때 바로 저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하드웨어가 들어있는 본체가 무거워서 대부분의 고객들은 방문 수리를 원한다. 한 번의 출장을 통해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평균 3만 원 정도. 기본 출장비 1만 원에 부품 교체로 인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4~5건의 출장을 나가는데 그의 PDA에는 수백 명의 고객이 등록되어 있다. 컴퓨터 수리 외에 중고 컴퓨터 매입, 판매도 병행한다. 컴퓨터가 많은 기업체에는 네트워크 공사도 진행한다. 이렇게 컴퓨터와 관련한 토털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한 달 평균 500만 원 정도. 부품 값을 빼면 나머지는 100%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혼자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했다.
그는 평소 컴퓨터 조립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로 용산에서 부품을 사다가 친구에게 조립 컴퓨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취미가 생업으로 바뀐 것이다. 독립 브랜드로 창업을 하면 인지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했다.
창업 초기에는 무점포로 시작했다. 대부분 방문을 통한 수리이기 때문에 전화만 갖춰도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점포를 개설한 것은 창업 후 2년의 시간이 흐른 뒤다.
“고객 수가 늘어나니 점포가 필요하더라고요. 직접 찾아와 수리를 받겠다는 고객도 생겼고요.”
집과 가까운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 고가사거리에 매장을 열었다. 점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발휘한다고. 방문 수리를 요청하는 고객은 대부분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취약한 주부와 어린 학생들이다.
최근 저가의 경쟁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오히려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가격이 싸다고 타 업체에 서비스를 받았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에게 다시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발생하는 문제는 그 원인이 수천,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결국 컴퓨터 수리업은 가격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서비스가 생명입니다.”
그는 또 “컴퓨터 수리업은 컴퓨터와 관련한 일에 몸담았거나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창업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며 “관련 지식이 없는 초보자는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점포로 창업이 가능한 컴퓨터 수리업의 창업비용은 자동차, 초도 부품비, 광고비 등 1500만 원 정도이며 한 달 평균 매출은 500만 원 정도, 마진율은 30~40% 정도다.
창업비용 : 1500만 원
(자동차 초도물품 광고비 등)
월 평균 매출 : 500만 원
마진율 : 30~40%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