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열린 ‘아시아나IDT 신규상장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 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아시아나IDT가 지난 11월 23일 주식시장에 나왔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 정보통신부문 사업을 양수하고 사명을 변경해 2003년 설립된 IT서비스 업체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의 전산시스템 개발·관리를 전담하는 알짜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은 2603억 원, 영업이익 215억 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IDT의 기업공개(IPO)는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대표가 직접 챙기며 의지를 보였던 것도 주목됐다. 박 대표는 지난 11월 5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도 직접 발표자로 나서 “항공·운송 IT서비스와 공항시스템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규 사업을 발굴해 매출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계약 수주가 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내 매출도 증가세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감과 달리 시작부터 체면을 구겼다. 공모가가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 당초 회사가 희망공모가로 제시한 가격은 1만 9300~2만 4100원 수준이었지만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1만 5000원으로 확정됐다. 뿐만 아니라 공모 주식 수도 계획한 330만 주가 아닌 264만 주로 축소돼 IPO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줄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알짜 계열사’ 상장을 통해 자금 확보를 하는 동시에 박세창 대표의 ‘3세 경영’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했기 때문에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알짜 계열사만 거치며 실적 쌓기만 했을 뿐 그룹 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경영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아버지 박삼구 회장 뒤에서 외부 역할을 자제해온 박세창 대표가 기자간담회에 직접 발표자로 나선 것은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뚜렷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인 데다 아시아나IDT IPO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거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 박 대표는 그동안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지만, 직접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곳은 그룹 내 내부 매출 비율이 높은 아시아나세이버와 아시아나IDT뿐이다. 2015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혀 ‘3일 천하’로 끝난 바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대개 오너 3세들이 승계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IT서비스 계열사 상장을 활용해왔지만 박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며 ”아시아나IDT 지분이 없는데다 IT기업 대표를 직접 맡아 상장까지 시킴으로써 젊고 혁신적인 경영인이라는 후광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박세창 대표를 중심으로 IPO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며 ”현재 주가의 경우 한국 증시가 워낙 좋지 않은 탓으로서 상황이 좋아지면 호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을 사들이며
지난 7월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특히 내년부터는 새 회계기준(IFRS16)이 적용돼 금융리스뿐 아니라 운용리스(임차인이 자산을 필요한 기간만 이용하고 반환하는 것)도 부채로 인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23%(별도기준)이지만, 새 회계기준에서는 1000%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부채비율이 1000%가 넘어가면 일부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IDT 등의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IDT 공모가와 공모주식 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구주매출 효과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은 전략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를 연말까지 높이는 것”이라며 “2018년 마지막날 주가가 얼마냐에 따라 내년 장부의 부채비율이나 자금상환금 등을 결정하므로 그룹 입장에서는 주가 관리에 엄청 신경 쓸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시아나IDT 주가는 지난 23일 상장 이후 2주 동안 기존 낮게 책정된 공모가에서도 더 떨어져 1만 2000~1만 3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삼구 회장뿐 아니라 승계작업과 동시에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박세창 대표로서는 고심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박삼구 회장 부당지원 고발 위기? 계열사에서 차입하며 이자율 낮게 책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간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고발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박 회장과 그룹 임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박 회장이 2015년 설립한 지주사 금호홀딩스가 이듬해 금호산업 등 7개 계열사로부터 966억 원을 차입할 때, 이자율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을 사들이며 그룹을 재건했다. 당시 금호홀딩스가 외부 금융사에서 빌린 돈의 이자율은 5~6.75%다. 반면 계열사간 차입금의 이자율은 2~3.7%였다. 결국 금호홀딩스가 계열사에서 단기 차입금 1000억 원가량을 시중보다 낮은 이율로 빌려 10억 원 이상의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이 같은 부당지원 과정에 박 회장이 관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고 우리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의견서를 보고 최종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