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진. 픽사 베이 제공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는 임신, 출산, 육아에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다. 회원 수는 무려 270만으로 육아맘의 모든 정보는 이곳을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맘스홀릭’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산후조리원 CCTV 의무화’에 관한 게시글이 급증했다.
11월 14일 맘스홀릭의 한 회원은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의 허벅지가 부러졌는데 발뺌을 한다고 한다”며 “요즘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러 다닌다. 전부 CCTV가 있고 아기마다 하나씩 카메라가 있어서 모든 산후조리원이 CCTV를 설치한 줄 알았다”고 밝혔다. 다른 회원도 “산후 조리원 CCTV가 의무가 아니라니...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산후조리원 CCTV 여론의 진원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청원자 A 씨는 2018년 11월 13일 “우리 아기는 최근에 아무 문제없이 퇴원한 뒤 산후조리원으로 갔다”며 “하지만 건강하게 있다가 집으로 왔어야할 아기가 10일 만에 허벅지 뼈가 부러진 채로 조리원을 나왔다”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며 “소아과 의사 정기 진료 후, 아기의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CCTV가 없어 누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억울한 마음을 호소했다.
다른 산모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상당하다. 최근 산후조리원을 방문한 한 산모는 “CCTV가 없으면 좀 불안하다”며 “생전 처음 보는 간호사들에게 아기를 맡기는 것은 산모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고 전했다.
산후조리원에선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산후조리원 측이 감염 예방을 이유로 산모와 아기가 함께 있는 ‘모자동실’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모들은 투명한 유리창으로 아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직접 대면을 위한 면회 시간은 하루 2회로 제한된다. 하루종일 아기와 함께 있지 않기 때문에 아기의 건강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의료 인력도 산모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간호사 자격증은 있지만 임상경력이 없는 사람들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산부인과 출신들은 아픈 신생아를 빨리 발견하지만 호흡기 내과 출신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산후조리원 CCTV 설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2015년 보건복지부는 ‘산후조리원 감염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했지만 CCTV 설치와 영상정보 90일 이상 보관은 ‘권고’를 내렸다. 산후조리원이 적용받는 모자보건법에서 ‘CCTV’란 키워드를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600곳 중 CCTV가 없는 곳은 186곳으로 전체 31%에 달했다. 서울시의 전체 산후조리원 152곳 중 22곳도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시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CCTV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강요를 할 수도 없다”며 “상위법에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따로 조례를 정해서 설치할 수도 없다. 모니터로 직접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주는 곳도 있지만 산후조리원의 자율이다”고 설명했다.
CCTV 설치 현황도 제각각이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우리는 앱으로 신생아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신생아실 전체를 하나의 CCTV로 들여다보는 곳도 있다. 복도에만 있는 경우도 봤다”고 설명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의 원인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 까닭이다. 올해 8월경 산후조리원 입소 10일 차에 신생아 유선염 진단을 받은 아기의 산모는 산후조리원 측에 CCTV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CCTV 보관기간이 2주뿐이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2018년 9월경 전북 전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생후 2주 된 영아가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신생아실 안에는 CCTV가 없었다. 복도에 있는 CCTV는 신생아실 출입구만 비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월경엔 경남 창원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는 조리원 측의 부주의로 엉뚱한 산모의 품에 안긴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CCTV에 대한 산후조리원 측의 생각은 어떨까. 다른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요즘 산모는 늦게 결혼해서 난산이 많다. 그래서 산모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CCTV를 설치해도 사고는 날 수 있다. CCTV 법적 의무화는 과한 조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산후조리원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신생아실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의 목적이나 수단은 적절하다”며 “다만 CCTV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는 제도다. 산후조리원 종사자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