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아무개 씨는 17년 만에 억대 채무 폭탄을 맞았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일요신문]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초 본지 제1382호를 통해 퇴사 17년 만에 ‘억대 채무 폭탄’을 맞아 고통받고 있는 서 아무개 씨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 서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신도 모르는 카드사용 대금과 그 연체금, 여기에 캐피탈 대출을 포함해 1억 원이 넘는 채무를 갚으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문제의 신용카드와 대금은 공교롭게도 2000년 연말과 이듬해 1월 사이에 발급 및 대금이 발생한 것이었고, 캐피탈 대출 역시 서 씨도 모르는 본인명의 계좌로 발생한 것이었다.
카드발급 서류와 사용 내역에는 그가 운전직으로 한 달 동안 일했던 A 사의 주소지와 그 근방으로 나왔다. 알고 보니 A 사의 누군가가 서 씨 몰래 명의를 도용해 카드와 계좌를 발급받아 돈을 썼고, 그 채권이 채권사로 인수돼 1억이 넘는 채무폭탄으로 17년 만에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A 사는 중간 화재를 이유로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법적으로도 공소시효가 지나 서 씨의 일부 채무는 ‘명의도용’을 인정받아 덫에서 벗어났지만, 나머지 폭탄은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 씨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더 큰 문제는 또 다른 건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서 씨의 이러한 불길한 예감은 또 다시 현실로 나타났다.
명의도용 피해자 서 아무개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사연.
서 씨는 본지의 사건 보도 이후 또 다른 빚 폭탄을 안게 됐다. 11월 23일, 서 씨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통장압류 소식과 함께 빚을 갚으라는 독촉 연락을 받았다. 역시 자기 모르게 만들어진 신용카드와 거기서 비롯된 대금 및 연체료였다. 그 금액만 1300만 원이 넘었다.
서 씨는 “더 놀라운 건 카드가 만들어진 날이 12월 5일이었다. 내가 바로 A사에 면접 보러 간 날”이라며 “당시 내 신분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 날 바로 카드를 개설한 셈이다. 아예 출근 첫 날부터 악의적으로 나의 명의를 도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씨는 “현재 문제의 대부업체는 명의도용을 인정하면서도 나에게 채무를 이행하라는 입장”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해당 업체는 증거서류 협조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그 소송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결국 대부업체가 가압류를 들어오면 그때가서 이의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본인의 사연을 게재하는 한편, 여전히 A 사에 사과와 피해사실 인정을 요구하는 입장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의 머리 위에 떨어질 채무폭탄이 아직도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