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상무는 지난 1일 한화생명 인사에서 미래혁신총괄 겸 해외총괄로 선임됐다. 김 상무가 총괄보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인사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 전문성과 역량을 고려한 발탁이라는 게 한화생명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향후 신사업 발굴 및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투자사업 강화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기반을 갖추는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금융계열 3개사인 한화생명·한화증권·한화손해보험이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한화금융프라자 전경. 임준선 기자
내년 차남규 부회장, 여승주 사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 출범을 앞두고 김 상무가 한화생명의 주력 분야인 핀테크와 해외사업 총괄을 맡으면서 사실상 경영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금융권은 김 상무가 미래전략과 해외총괄 등 주력 보직을 맡은 것을 두고 한화그룹이 ‘3세 경영’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크게 방산·케미칼·태양광 제조업 분야와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갤러리아와 한화리조트 등 레저산업으로 구분된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모두 끝낸다면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지분 승계 과정에서 오너 일가 자금 마련을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인데, 에이치솔루션(지분율 100%)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기업공개(IPO) 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오너 일가가 맡고 있는 영역을 비춰볼 때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그룹의 주력사업을, 2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동원 전무는 지난해부터 한화그룹 6개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라이프플러스(Life Plus)’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금융계열사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매각 계획이 발표된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화한 11월, 한화그룹과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부터 티저레터(Teaser Letter)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았다. 금융지주사들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한화그룹과 롯데그룹 임원진 간 사전 교감과 함께 양측 임원진의 비공식 만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한화그룹 사장급 인사들이 롯데그룹 고위층과 접촉해 롯데카드, 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롯데 입장에서도 금융지주사들 외에 한화그룹이 입찰에 참여한다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사진=한화생명
물론 김 상무가 풀어야 할 숙제도 쌓여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들어 주가가 연초 대비 30% 이상 급락한 데다 실적감소, 즉시연금 과소지급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의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금감원과 대립은 대주주 일가인 김 상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 6월 제기된 한화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민원과 관련해 지급결정을 권고했지만, 한화생명은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화생명 측은 즉시연금에 대한 법리적인 논쟁이 해소되고 유형별로 정리가 되면 동종 유형의 계약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최근 “즉시연금과 관련된 특정사안에 대해 현장점검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은 상태다. 지난달에는 보험금 미지급 및 과소지급 문제(51건 4억 3400만원)로 금감원의 엄중 경고도 받았다.
이렇듯 김동원 상무 앞에는 기회와 악재가 동시에 놓여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다른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몸집 키우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면서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지배구조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마찰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