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전경
[일요신문] 지하철 7호선 도봉산-양주 옥정 연장사업을 두고 양주시와 의정부시의 지역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하철 노선이 의정부 민락지구 등을 지나지 않자 의정부 지역구인 경기도의원의 요구로 건설교통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졸지에 양주시는 10년 숙원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느닷없는 예산 삭감 소식에 양주시 도의원들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양주시민들도 도의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양주 옥정 연장사업은 도봉산에서 의정부 탑석역을 지나 양주시 옥정역에 닿는 노선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양주시가 지난 10년간 두 번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쓴맛을 보고 삼수 끝에 이뤄낸 성과다.
최근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권재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은 7호선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관련 도 예산의 삭감을 요구했다. 권 의원은 지난달 행정사무감사에서도 “7호선이 의정부 신도시를 지나지 않는 것은 의정부 신곡, 장암, 민락지구 주민을 외면한 계획”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노선의 변경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결국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7호선 관련 예산 138억 중 의정부시 구간 93억 원을 삭감하고 양주시 구간 45억 원만 예결위에 보낸다.
의정부시 구간의 예산 삭감은 사실상 전체 사업의 중단을 의미한다. 양주에서 의정부를 지나 서울로 향하는 7호선의 허리를 끊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산 삭감 소식에 양주시를 지역구로 둔 박태만, 박재희 도의원은 3일 7호선 연장사업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통해 권재형 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태만, 박재희 도의원은 “두 번(2010년, 2011년)의 예비타당성 실패를 이겨내고 사업계획을 수정해 3번 만에 이뤄낸 성과를 의정부 일부 지역의 지역이기주의가 정상적인 사업을 방해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건교위가 권재형 의원(의정부 민락)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산을 삭감한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양주시 박태만, 박재희 도의원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에 의해 앞으로 경기도 권역의 광역교통시설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다 된 밥에 재 뿌리고, 숟가락 얻으려는 행동을 즉각 멈추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선변경 요구로 인한 사업 중단은 양주시민들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정부시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정부시 관계자에 따르면 신곡‧장암‧민락지구에 거주하는 의정부시민들의 수는 약 24만 명으로 이는 양주시 전체 인구인 21만 6000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의정부시 인구는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교통 문제에 대한 대처도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다. 이 때문에 보다 많은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노선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양주)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기도가 시행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을 도의원이 막는 경우는 없었다”며 “의정부시는 다른 국책사업에 대해 국토부나 기재부로부터 페널티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발언을 해 양주시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의정부 시민단체는 “정성호 의원이 기획재정위원장 지위를 이용해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할 뿐 어느 쪽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오는 14일로 예정된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약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부활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의정부시 44만, 양주시 21만, 그리고 포천까지 7호선 연장을 바라는 포천시민 15만의 시선이 이번 본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