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감사보고서에서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하여 무상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항공기의 여유좌석 등을 이용하여 보너스 항공권, 좌석승급보너스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회계는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용역의 제공을 복합요소가 내재된 수익거래로 처리하고 있다.
거래대가로 수취한 대가의 공정가치, 즉 항공권 가격은 제공된 용역의 대가와 부여된 마일리지의 대가에 안분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에 적립해주는 마일리지의 가치까지 포함시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마일리지의 가치는 나중에 제공할 용역에 대해 미리 받은 돈인 셈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항공사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소멸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남은 마일리지를 마땅히 쓸 곳이 없는 반면 항공사들은 부채를 싸게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습. 최준필 기자
돈은 미리 받았는데, 서비스를 안 해주거나 덜 해주면 항공사 이익이다. 소멸 대상 마일리지 적립이 시작된 2008년 6월 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충당부채는 1927억 원이다. 2008년 9월 말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충당금은 606억 원이다. 올 3분기 말 이연수익은 각각 2조 1609억 원, 5521억 원이다. 현재 마일리지부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9.9%와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0여 년간 양사에 쌓인 마일리지 부채가 1조 9682억 원, 4915억 원이란 뜻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마일리지를 그냥 소멸시키는 것보다 사용하는 게 좋다. 문제는 항공사들이 소멸시한을 앞세우며 내놓은 사용처들이다.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을 성수기, 인기 시간대에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고, 항공 요금의 일부만 결제할 수도 없다. 호텔이나 렌터카 요금 등 일반 재화와 서비스의 대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바가지’ 수준이다.
제주도에서 중형 승용차를 빌리는 값은 직접 결제하면 2만 6500원이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8000마일이다. 대략 1마일에 22원 정도로 치면 17만 6000원으로 6.6배에 달한다. 참치 김밥은 한 줄에 560마일로, 1만 2000원이 넘는다. 보너스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해도 따져보면 고객에 불리하다.
A 씨는 부랴부랴 여행 일정을 잡고 대한항공 1만 마일로 12월 부산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다. 공제될 마일리지와 별도로 세금 및 제반 요금으로 2만 1200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B 씨도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역시 부산 왕복항공권을 끊었다. 그런데 B 씨에게 예약된 항공편은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이었다. 공동운항이라는 명분이다.
그런데 같은 일정으로 에어부산 사이트에서 가격을 조회하면 왕복항공권 가격은 13만 4000원, 아시아나항공에서 조회하면 16만 1600원이다. 2만 7600원이나 차이가 난다. 아시아나항공을 끊었더라도 에어부산 공동운항편인 경우에는 수하물 규정 등 제반 조건에서 에어부산의 기준이 적용된다. 마일리지 구입이 아닌 경우 마일리지 적립이 되지만, 마일리지 구입인 경우에는 그마저도 없다. 결국 일반 항공권 값을 지불하고 저가항공을 타는 셈이다.
이처럼 마일리지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소비자는 손해지만, 항공사는 이익이다. 소비자들은 100원을 내고 50~60원의 혜택을 얻고, 항공사들은 100원어치 빚을 갚는 데 50~60원만 쓰는 격이다.
이 때문에 이달 초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제도 개편에 나섰다. 항공사로 하여금 휴가철 극성수기 등에도 마일리지 좌석을 5% 이상 배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부분 국적항공사가 항공편에 자리가 남아 있는 경우에만 마일리지 좌석을 내준다. 마일리지 좌석 확보 의무는 당연히 없다. 앞으로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항공권을 5% 이상 배정하고, 내년 1분기부터 분기별로 전체 공급 좌석 중 마일리지 좌석 공급 비율도 공개해야 한다.
또 출발 91일 이전에 마일리지 좌석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현재 마일리지 좌석을 취소할 때는 취소 시점과 상관없이 3000마일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한다. 현금구매 좌석을 91일 전에 취소할 때 수수료가 없는 것과 비교돼 차별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되는 시점은 내년 1월 21일 이후다. 1월 1일 마일리지 소멸을 앞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밖에 정부와 항공사는 5000마일 이하 소액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를 위해 항공 분야 이외의 사용처를 꾸준히 확대하고, 다른 제휴처보다 마일리지 사용 가치가 지나치게 낮은 분야는 공제 마일리지를 조정해 사용 가치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열희 언론인
낮은 공모가격 에어부산 IPO 전망은? 인천공항 취항이 관건 에어부산 공모주 청약이 임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주요 저가항공사 가운데 마지막 기업공개(IPO) 물량이니만큼 시장의 관심이 상당하다. 확정된 공모가는 주당 3600원이다. 당초 공모가 예상밴드 하단이다. 이 가격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경쟁 3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해서 얻은 수치다. 공모가 결정 시점에서 이들 3곳의 기준 주가는 각각 3만 2284원, 1만 9096원, 7531원으로 PER은 각각 8.8배, 7.5배, 9.5배다. 에어부산은 3사 PER 평균값인 8.6배를 적용한 1주당 5840원의 평가액에 38.35%의 할인을 적용했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주가는 기준 시점보다 높다. 공모가 자체로 보면 높지 않은 수준인 셈이다. 에어부산 항공기가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저가항공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성장성이 높고 재무구조도 안정적인 업종이다. 매출이 아시아나항공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이 아시아나항공을 앞지를 정도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해 원가 부담도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에어부산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 4964억 원, 자산 2조 9131억 원이다. 또 설립 당시 부산시와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돼 부산에 본사를 두고 부산공항을 출·도착하는 항공노선을 시작으로 항공운송사업을 개시한 탓에 가장 큰 공항인 인천공항 노선이 없다. 김해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이니만큼 인천공항 노선에 진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년에는 정부가 추가로 저가항공사 인가도 발급한다. 기존 회사들에는 경쟁부담이 커진다. 아울러 에어부산은 이번 상장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항공기를 자체 도입할 예정이다. 대부분 저가항공사가 리스 형태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입 시기에 대규모 자금유출 부담이 발생한다. 영업이 잘 안 될 경우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내년부터는 리스도 자산 및 부채로 인식하면서 현재 102.9%인 부채비율이 310.1%까지 높아진다. 다만 이는 다른 저가항공사들의 입장도 같다. 결국 영업 성패에 따라 항공기 도입 효과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추가 노선과 직결되는 인천공항 취항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