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1기 로스쿨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1기 로스쿨 출신을 대상으로 3~7일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에 1천698명이 지원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8년 3월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변호사시험 개선 위원회‘를 구성했다. 변호사시험 개선 위원회는 10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총 7차례 회의를 거쳐 법무부 변호사시험 개선안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개선이 로스쿨제도 도입 10년 만에 이뤄졌다”며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제도가 정착단계를 넘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선택형(객관식) 시험과목 축소를 시사했다. 변호사 시험은 전문적 법률 분야(선택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 즉 헌법, 행정법,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등 7과목에서 헌법, 민법, 형법 3과목으로 축소해 수험생의 객관식 준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로스쿨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시립대 로스쿨 2학년인 A 씨(32)는 “(지금까지도)변호사 시험은 기형적인 구조를 가졌다. 5일 동안 사례형, 기록형, 선택형을 전부 보는데 공부 방식이 각기 다르다”며 “3과목으로 축소하면 사법시험보다 과중하다. 현재까지 나온 개선안대로라면 과목수만 줄였을 뿐 출제 문제 수나 시험 기간은 그대로여서 오히려 3과목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봐야하는 부담 때문에 더 죽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강훈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제주대 로스쿨 학생회장)은 “법무부가 사시 때 향수에 젖어있다. 3과목 축소 발표를 하면서 난이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주관식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로스쿨생 입장에선 나머지 객관식 과목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부 입장은 로스쿨생들과 다르다. 법무부 법조인력과는 12월 6일 ‘일요신문’에 보낸 답변서에서 “기본적 법률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매일 같은 과목에 대해 여러 형태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응시자의 부담은 경감될 것이다”고 밝혔다. 로스쿨생들의 차가운 분위기와는 달리 법무부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친 셈이다.
법률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 B 씨는 “기본 3법 점수가 좋지 않은데도 행정법 상법 등 다른 점수로 만회해서 합격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기본법에 대해 기초가 부족한 사람이 실무를 보는 것이다. 합격이 쉬워졌다고 말할 수 없지만 개선 방향은 맞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 6기 출신 변호사 C 씨는 “1기 변호사시험 때는 3학년 때만 공부해도 합격했다. 로스쿨 4기 이후로 변시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갔다”며 “법무부 방안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사시 스타일의 자잘한 객관식까지 준비하라는 것은 오히려 변시 준비생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부터 ‘시험일 전 6개월 내 새롭게 형성된 판례’를 출제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시험 직전 나온 판례의 경우, 판례 평석 등 학술적·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험생이 스스로 최신 판례를 수집하여 학습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쿨생들은 여기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의 박강훈 법학협 회장은 “최신 판례 출제 제한은 바람직한 얘기지만 기간이 너무 짧다. 논리적으로 법리 적립이 되지 않은 판례는 1년 전 판례라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의 변호사 C 씨는 “법무부의 생색내기다. 원래 변호사 시험 전 6개월 이내 판례는 나오지 않았다”며 “로스쿨 학원도 최신 판례 문제집을 만들때 6개월치를 제외한다. 수험생 부담 완화를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A 씨 역시 “시험이 최신 판례 암기 시험으로 흘러가면 수험생의 판례 의존적 경향이 심해진다”며 “법무부 입장은 바람직하지만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원래 3개월치 최신 판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5진 아웃’의 예외에 출산을 포함시켰다. ‘5진아웃’은 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번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규정이다. 헌법상 가치인 모성보호를 위해 법무부는 출산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면 응시기간(5년)이 지난 뒤 최초로 시행하는 시험에 로스쿨생이 응시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일부 남성 로스쿨생들은 남녀 응시자의 형평성을 들며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C 씨는 “일부 남성 장수생들의 경우 병역은 강제되지만 출산은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여성들에게만 시험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는 꼴이라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더라”고 전했다.
로스쿨생 사이에서는 “질병, 사고로 인한 응시 불가는 왜 고려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법조인력과 관계자는 “응시기간 제한 예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응시기회와 관련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규정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며 “또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의 요청은 출산의 경우도 같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수험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 방안이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도 ‘빚좋은 개살구’라고 평가한다. 박강훈 법학협 회장은 “법무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개선을 한다면서 변죽만 울리고 중요한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다”며 “변호사시험 합격률만 정상화하면 이런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 개선안은 합격률 제고를 직시하지 않고 현실을 왜곡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법조인력과 관계자는 “합격률 조정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합격률은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으로 결정해 왔다”며 “합격률을 올리기 위해선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