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2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안 밀실에서 열린 예결위 소소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소위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소위원회 아래에 있는 회의 기구다. 그러나 공식이 아닌 비공식 조직이며 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 법적 제약이 없다보니 회의 일정과 내용 기록 등의 사항도 모두 불투명하게 진행된다. 언론의 취재는 물론 속기사의 속기도 허용하지 않으며, 소소위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예결위 간사들과 기재부2차관, 예산실장 등으로 제한된다. 때문에 소소위는 ‘밀실‧깜깜이 심사’라고 불리는데, 모든 것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 470조 원에 이르는 2019년 예산안이 언론과 국민의 감시 없이 처리됐다.
그러다보니 소소위가 진행되는 날, 국회에선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은 시간과 장소 공지 없이 회의실에 모여 문을 걸어 잠그고 예산안을 심사한다. 과거 소소위에 참석한 적이 있는 A 전 기재부 차관은 “기자들이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고 때로는 회의실 문에 귀를 대기도 하더라. 참석자들도 한 번 들어가면 시간이 없으니 나가지도 못하고 식사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담배도 잠깐만 피운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과거 소소위에 참석했던 A 의원도 “(시간 안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다 보니) 회의는 상당히 시끄럽고 아주 난장판이다. 의원들이 요구하는 민원이 집중되다 보니 참석 의원들끼리 다투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밀실심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15년 전에는 소위도 기록이 안 됐었다. 하지만 이걸 기록하고 투명하고 공개하고 나니 소소위가 생긴 것”이라며 “소소위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또 따로 만나서 그들끼리 심사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예산 증액과 감액에 있어서 아무런 설명 없이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문제며, 이는 기록에 남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누가 왜 증액과 감액을 요구했는지 등 기록이 남게 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의 한 의원도 “힘 있는 의원들끼리 나와서 나눠먹기하는 데에 문제가 있고, 심지어 증액하는 과정에서는 기재부가 갑이라더라. 국회는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마지막엔 기재부가 칼자루를 쥐게 되는데, 국회 입법 예산심사권이 침해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투명하지 못하다. 국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데, 지역구에 긴급한 사업들이 반영이 안 되며 (국민 대표성이)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거 소소위에 참석했던 이들은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의 A 전 차관은 “소위에서 논의된 것 중에 골치 아픈 것들만 마지막 심판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각 당의 입장이 상충되긴 하지만, (소위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인) 4~5명이 논의하기 때문에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는 점에서 훨씬 수월하다”라며 “공개된 소위에서는 각 정치권과 정당의 입장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소소위는 터놓고 얘기할 수 있으니 합의를 이끄는 데 훨씬 좋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과 국민은)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결정된다는 (어두운) 측면도 있지만, 마지막 결정을 할 때는 그렇게 결정하는 게 최선이다. 시간이 없지 않느냐”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논의만 하다가 (결정은 내지 못하고) 끝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B 전 기재부 차관도 “예산안 검토가 시작됐으면 일단 마무리는 해야되는 거 아니겠냐. 하지만 소위에는 각 당에서 지분을 갖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각자 소속 당마다 입장 차가 큰데) 그 사람들끼리 있으면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되겠냐”며 “이 내용을 공개하면 서로 자기 주장만 할 것이다. 자기 뒤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양보를 쉽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석상에선 마무리를 할 수가 없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서로 하자는 건 많고…. 그렇게 해서 협상이 되겠냐. 그럴 땐 어떠한 항목을 삭감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비공개에서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나라가 마지막 정리까지 공개를 하겠냐. 다른 나라에도 그런 사례가 없다. 소소위 공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