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경영일선 사퇴의사를 밝힌 후 임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올해 62세로 정정한 이웅열 회장의 ‘경영일선 후퇴’ 선언은 사망하거나 더 이상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물러나는 게 보편적인 국내 재벌그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뭔가 부족하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은 그룹 최대주주로서의 지위와 권한은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또한 “금수저를 그만 물겠다”면서도 올해 34세인 아들 이규호 전무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이 아들에게 금수저를 계속 물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회장이 그룹 승계 당시 ‘상속세 탈세’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은퇴 선언이란 점에서 그 진의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코오롱그룹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웅열 회장 공식 프로필을 보면 1977년 코오롱 입사로 기록돼 있다. 입사 시점은 이 회장이 군 복무를 하던 시기와 겹치는데 코오롱 측은 “기재만 돼 있을 뿐 이 회장은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하고 만기 제대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군 제대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학업을 마치고 1985년 임원(이사)을 시작으로 1996년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닥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26개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후 사업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은 재계 순위 20위에서 30위 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후 이 회장은 2009년 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의 사업부문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 ㈜코오롱의 최대 주주로서 계열사들을 지배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보유 지분을 늘려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고,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경영 은퇴를 선언해 뜻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는 지난 9월 코오롱 보유 지분을 47.38%에서 49.74%로 2.36%포인트 늘렸다. 이 회장 자신이 보유한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코오롱베니트의 지분(49%) 전량을 211억 원에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고, ㈜코오롱으로부터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신주 56만 5000여 주를 배정받는 방식을 동원했다.
이 회장은 경영 은퇴 선언 후 지금까지 주주로서의 권한과 유지 등에 대해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보수(55억 6200만 원)와 배당(42억 원) 등으로 1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수령했다. 이 회장의 뜻은 경영에서 물러나 보수는 받지 않는 대신 최대주주로서의 의사 표명과 함께 매년 40억 원대에 달하는 배당금은 수령하겠다는 복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코오롱 측은 “이 회장이 주주로서의 권한과 관련해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없다. 주주로서 배당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체적인 창업 계획에 대해서도 밝힌 게 없다. 이 회장은 은퇴 선언 당시 밝혔던 4차 산업 관련 사업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7일 현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외에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베니트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은 ㈜코오롱 지분(49.74%) 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1.17%), 코오롱에코너지(18.18%), 셀빅개발(1.03%), 코오롱글로벌(0.38%), 코오롱에코원(19.05%), 코오롱생명과학(14.40%), 엠오디(50%), 코오롱제약(28.25%), 코오롱인베스트먼트(12.5%) 등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지난 8월까지 보유했던 코오롱베니트 지분(49%) 전량은 ㈜코오롱에게 넘겼다.
경기도 과천 코오롱그룹 사옥 1층 로비. 사진=박은숙 기자
코오롱은 이규호 전무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전무는 입사 6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이달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패션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게 됐다. 코오롱 측은 “이 전무가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쌓아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