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살림’ 운영자 허정열 씨. 여성창업지원실에 입주했다가 최근 독립했다. | ||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 외국인에게 선물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하세요? 발품을 팔아 인사동을 뒤지거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신다고요?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저희 웹사이트를 닫아주세요. ‘우리살림’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상품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구입하려는 분들이 찾는 곳이거든요.”
허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는 무려 2000여 점에 달하는 전통문화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나전칠기 명함함, 책갈피, 수첩 등의 문방구와 휴대폰 줄, 열쇠고리, 넥타이 핀 등과 같은 장신구, 그 외 각종 전통 인형과 탈, 전통차(茶) 등 판매하지 않는 물품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1000~1600원 정도의 저렴한 휴대폰 줄에서 장인이 만든 100여만 원을 호가하는 옻칠 반상기세트까지 가격 폭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은 3만 원대 제품으로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팔리고 있다.
우리살림에 등록한 회원 수는 총 6000여 명. 취미로 물건을 사는 손님도 있지만 주로 관공서, 기업체 등에서 외국 거래처 선물, VIP선물, 판촉물과 기념품으로 대량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방학이면 더 바빠진다. 해외 어학연수를 나가는 학생들이 많아 외국의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위한 선물로 주문이 폭주하기 때문이다.
“주문수로 따지자면 가격이 싼 상품이 많이 나갑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가격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우리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책갈피의 경우 한 번에 1000~2000장 정도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소장가치가 높은 고가의 상품도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였던 허 씨의 창업 동기는 바로 남편의 귀농 결심. 시골에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다가 인터넷 쇼핑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무엇보다 점포가 필요하지 않아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평소 전통 한복을 즐겨 입는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우리 고유의 전통제품을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인사동의 소매점에서 50여 점의 물건을 구매해 쇼핑몰에 올렸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몰라 소량으로 제품을 준비했다. 한 달 만에 그가 올린 매출은 5만 원. 1만 원짜리 명함집 5개가 고객 두 사람을 통해 팔려나간 것. 적은 매출이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능성을 점치고 작은 명함집 하나도 한지를 사용해 포장을 하는 등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명함집을 구입한 고객이 ‘외국 거래처에 선물을 보내야 한다’며 10만~20만 원 상당의 전통공예품을 몇 달 동안 대량 주문하더군요. 작은 물건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믿음이 간다면서요.”
또 구매고객들이 좋은 상품평을 게시판에 꾸준히 올리면서 신규 고객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매출은 어느새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양한 제품을 요구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거래처도 40여 군데 이상으로 늘어났다. 거래처도 바뀌었다. 이제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던 소매점이 아닌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접 공급받는다. 거래를 원하는 업체에서 샘플을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남편 한정호 씨(43)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창부수(婦唱夫隨) 창업이 된 셈이다. 사업장도 넓혔다. 집을 벗어나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여성창업지원실에 입주한 것. 이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2년 동안 내공을 쌓은 뒤 올해 1월, 집과 가까운 곳에 40여 평 규모의 점포로 독립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점포 입지가 중요하지 않으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고. 허 씨는 이 점포를 바탕으로 경험을 쌓은 뒤 시내에 정식 판매점을 개설할 생각이라고 한다.
온라인 전통공예품 쇼핑몰 ‘우리 살림’의 창업비용은 500만 원. 초도물품 구입비 300만 원, 포장박스 구입비, 광고비, 인터넷 솔루션 사용료 등을 포함해 2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한 달 평균 매출은 6000만 원. 순 수익은 800만 원 선이다.
창업비용 총 500만 원
초도물품 구입비 300만 원
포장박스 구입비 광고비 인터넷 솔루션 비 등 200만 원
한달 평균 매출 6000만 원
순수익 8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