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제이엠(JAYM)
유튜브에서 음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있다. 바로 ‘반복’이다. 조회수는 상대적으로 음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예능이나 영화 소개, 시사 등 대부분의 영상을 한 번 봤던 사람이 다시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음악은 특이하게도 마음에 들면 한 번 봤던 사람이 5번, 10번 볼 수도 있다. 또 시대도 상관 없고 언어가 문제되지도 않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본인 채널명을 영어로 바꾸고 자막을 영어로 달아야 하는데 음악은 그냥 올리면 된다.
이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음악 크리에이터 제이엠(Pianist JayM)이 있다. 2014년 유튜브가 아직 대세를 굳히지 못했을 때 페이스북에서는 제이엠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항공샷’이라 불리는 그만의 독특한 카메라 각도를 많은 유튜버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의 자작곡 ‘장난감숲’, ‘뉴에이지 아리랑’은 100만 조회수를 훨씬 넘겼고 TV 예능에서 그의 음악이 쓰일 때가 많았다. 제이엠은 이미 2년 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합쳐 30만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홀연히 사라졌다.
사라진 2년간 그는 공익근무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다. 당연히 이 기간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연예인도 2년의 공백은 치명타인데 그보다 속도가 빠른 소셜미디어 스타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또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제이엠은 어떻게 ‘왕년’을 회복할지 또 다른 목표는 무엇일지, 2년간 ‘잊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피아노 영상을 어떻게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됐나.
“피아노는 그냥 남들과 비슷하게 피아노학원 다니다 중학교 2학년쯤 그만둔 케이스였다. 그런데 ROTC였던 2014년 행군이 끝나고 허리디스크가 터지는 부상을 겪어 1년 휴학을 하고 집에서 허리치료를 하고 있었다. 공대생인데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피아노하고 리그오브레전드(푸하하)밖에 없었다. 치료하면서 피아노를 치는데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뉴에이지 피아노’라는 페이지를 만들고 올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처음 나와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기다. 괜찮다는 반응이 나오니까 힘이 됐고 ‘이것도 해보세요’ 요청이 들어오면 신청곡 받는 느낌으로 찍어 올렸더니 또 반응이 좋은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점점 커지다보니 페이스북 구독자만 20만이 넘었다.”
―당시 20만이면 엄청난 숫자인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페이스북 성장기와 맞물려서 운이 좋게 같이 성장을 했다. 시기가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친숙한 커버곡으로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그 느낌 그대로 자작곡으로 연결시켰던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연결’은 지금 기획사에서 많이 도움을 줬다. 물론 스타일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좋아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수들도 발성의 기술보다 독특한 음색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3~4년 계속 피아노를 치다보니까 ‘곡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나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유튜브 구독자도 약 9만 명이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페이스북 영상은 많이 묻히는데 그게 싫어서 영상 저장 용도로 하나둘씩 올려 놨는데 어느새 구독자가 8만 5000명이 됐다.”
―피아노를 위에서 찍는 ‘항공샷’을 유행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볼 때 편해야 한다. 대부분 피아노를 치는 걸 찍을 때 흔히 방송국에서처럼 옆에서 찍는 생각을 한다. 나는 카메라를 위에서 매달아두고 찍었다. 이게 ‘항공샷’이라고 불렸다. 이렇게 찍으면 역동감이 넘친다. 흔히 찍는 오른쪽에서 찍게 되면 왼쪽 손이 잘 안보이는데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어떤 곡이 큰 인기를 끌었나.
“자작곡으로는 ‘장난감 숲’, ‘아리랑 뉴에이지’가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다. 방송에서 특히 예능에서도 꽤 자주 쓰인다.”
―커버를 주로하는 다른 크리에이터와 달리 자작곡도 유명하다.
“커버곡만 올리다 밤에 맥주 한 잔 하면서 한 번씩 피아노 치면서 녹음했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괜찮아서 페이지에다 올렸는데 팬들이 좋아해주고 제목도 지어줬다. ‘장난감 숲’이란 곡도 이렇게 올렸더니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잘 맞는 제목을 지어주셔서 작은 선물 드리고 채택을 하기도 했다.”
―저작권 수입도 꽤 될 것 같다.
“저작권 등록을 안 해 놨다. 그 전에는 커버곡 위주로 활동해서 저작권 등록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 또 팬분들이 ‘어느 방송에 제이엠님 곡이 나왔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재방송으로 보곤 하는데 그게 좋아서 그냥 놔뒀다. 이제 정규 앨범 나오니까 앞으로는 저작권 등록을 할 생각이다.”
―갑작스레 최근 2년간 영상이 올라오는 공백이 길어졌다. 이유가 있나?
“2년간 장애인 복지관에서 공익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ROTC 때 한 번 갔다왔는데 공익으로 훈련소를 또 가게 돼 2번 가게 됐다. 장교 훈련소에 비해 공익 훈련소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웃음). 군대를 간 동안 잊히는 게 싫어서 2018년부터 JWS(JayM‘s Weekly Story)라는 것을 기획해서 1분 내외의 짧은 음악편지를 매주 올렸다.”
―굳이 공개 안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군대 간다는 사실 자체를 밝혀야 할지 잘 몰랐고 공익요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공개하기가 조금 꺼려졌다. 최근에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로 저를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해주셔서 무척 감사하고 감동했다.”
―한창 잘나갈 때 병역의 의무가 다가오고 있었던 셈이다. 부담은 없었나.
“모든 일에 시한부가 걸려 있었다. 막판 페이지가 가장 빠르게 커나갈 때도 ‘아무리 길어도 1년 내에 군대를 가야 된다’는 압박이 있었다. 당연히 부담이 많았다. 활동을 절정으로 하다가 첫 공연을 하고 군대를 가야 했고, 군대 갔을 때 점점 잊혀 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게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다. 원래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게 사라지니까 힘들더라.”
―군대 때문에 놓친 기회도 있었나.
“라라랜드(LaLa Land)가 한창 인기일 때 커버 영상을 찍고 올렸더니 2~3일 만에 50만 조회수 이상이 나왔다. 해외에서도 엄청나게 유입이 돼 증가폭이 기존의 100배가 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채널이 커 나갔다. 그때 바로 입대를 했는데 훈련소 가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자기가 찍은 영상이라는 사유를 대며 영상을 신고했다. 그 영상을 내가 찍어 올린 건데 유튜브에서는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내리는 정책이 있었다. 훈련소에서 영상이 내려갔다는 편지를 받아서 로그인을 해서 해명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한 번만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나가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재입대하라‘는 말이 돌아오더라. 그 때가 훈련소 퇴소 4일 전쯤이었다. 남은 4일 때문에 이곳을 다시 올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영상이 내려간 채로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그때 큰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라라랜드처럼 외국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피아노 연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경우가 있나.
“많다. 기본적으로 글로벌은 구독자 단위가 다르다. 나는 해외 유튜버, 국내 유튜버 할 것 없이 피아노 치는 영상은 거의 다 본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가 부럽기도 하다. 라라랜드 영상이 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해외 팬분들도 내 영상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음악 관련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끈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사람들은 음악을 참 좋아한다. 이번에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나 ‘라라랜드’ 열풍을 봐도 음악 영화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라라랜드’, ‘비긴어게인’, ‘위플래시’ 등은 국내 흥행이 없었다면 적자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나.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니까 손이 약간 굳었다. 그래도 공익근무 끝나고 집에 오면 피아노 연습 정도는 하면서 손이 굳지 않게 할 수는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허리가 안 좋아서 공익으로 갔기 때문에 업무를 하다보면 허리에 무리가 와서 연습은 많이 못했다. 손이 조금 굳은 거 같기는 하지만 연습으로 풀어보겠다.”
―좋을 때는 언제인가.
“댓글은 전부 본다. ‘기다렸어요’, ‘드디어 오셨네요’ 그 한 마디가 힘이 된다. 댓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고맙다. 최근에 올린 영상도 2년 전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다라고 느낄 정도다.”
―목표가 있다면.
“악플에 약하다. 그래서 악플 없는 누구나 다 좋아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한 명 생긴 것 같다. 모든 영상에 싫어요를 누구보다 빨리 누르는 사람이 있다. ‘첫 싫어요가 되어 드리겠습니다’하는 분도 나에게는 상처가 된다. 그 분이 좋아요를 눌렀으면 한다. 사실 ‘구독자 몇 만’ 이런 목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먼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첫 개인 악보집을 판매하고 있다. 첫 정규앨범 출시도 묶어서 활동을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공연이 예정돼 있고 내년 1월에는 팬미팅을 할 계획이다. 2년 동안 쉬었으니 새 활동 전 열심히 몸을 풀고 다시 본격적으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팬들과 만나고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