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같은 편안함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신 점주. | ||
볼런터리 편의점‘위드미’
(www.with-me.co.kr) 김영신 둔촌소망점주(50)
“저희 편의점은 일반 편의점과 다릅니다. 지역 주민들의‘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거든요.”
김영신 씨 편의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물건을 사러 들르는 손님이 다가 아니다. 택배 배달원, 우체부, 카드사 직원들의 단골 방문지이기도 하다. 인근 주민들이 부재 중일 때 택배, 우편물, 신용카드 등을 모두 김 씨의 가게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맡겨둔 물건을 찾아가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상품을 사기도 하고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가맹 계약을 전환하느라 일주일 정도 문을 닫았다. 그 당시 쏟아지는 주민들의 불평에 깜짝 놀랐다고. 일주일 뒤 바뀐 간판에 다시 불이 켜지자 이번에는 손님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카운터를 지키는 얼굴이 변함없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찾아왔다.
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볼런터리 편의점으로 운영 형태를 바꿨다. 볼런터리 편의점은 프랜차이즈형 편의점과 개인 편의점의 중간 형태.
“대기업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죠. 우선 정해준 물품을 전량 공급받아야 했고, 급한 일이 생겨도 규정상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문을 닫아서는 안됐거든요. 특히 매출 관리를 제가 직접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답답했고요.”
운영 형태를 바꾸면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으로 들여놓으면서 이전보다 30% 이상 물품이 다양해졌고 급한 일이 생기면 잠시 안내문을 걸어놓고 가게를 비우는 일도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매일 매일의 매출액을 전액 본사에 송금하고 각종 수수료를 뺀 뒤 월말에 수익을 받아가는 방식이었는데 현재는 매출을 100% 자신이 관리한다. 수익금의 일부를 공제했던 로열티가 사라지면서 마진율도 늘었다.
김 씨는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손님을 대하는 친절한 행동도 자연스럽게 나와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매출은 담배 판매가 1위를 차지하는데 김 씨의 가게는 다르다. 매출이 가장 높은 제품은 김밥과 컵라면, 과자 등의 식품이다. 식품은 담배보다 마진율이 높은 효자 상품이다. 식품 판매를 높이는 비결은 바로 상품 진열에 있다. 고객이 자주 찾는 물건은 안쪽에 비치해 이동하면서 다른 제품까지 유도하는 방법이다.
김 씨는 “편의점 운영은 남성보다는 40~50대 여성에게 적합한 것 같다”고 말한다. 주부의 특성을 살려 꼼꼼하고 깨끗한 상품 정리와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또 종업원에게 점포를 맡겨두기보다 운영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매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씨도 편의점에 10시간 이상 상주하고 있다.
김영신 씨의 편의점 창업비용은 최초 대기업 편의점 1억 3000만 원, 볼런터리 형태로 변경 비용이 5000만 원 정도 들었다(32평 기준. 점포비용 제외. 냉장고 등 집기류 인수 비용 2000만 원, 물품 구입 3000만 원). 현재 일 매출은 100만 원. 마진율은 28~29%.
▲ 딸 같은 다정함으로 보청기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정훈 점주. | ||
(www.bokeum.co.kr) 이정훈 수원역점주(42)
"의료 보조기는 판매보다 손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정훈 씨가 파는 제품은 귀가 어두운 사람이 청력을 보강하기 위하여 귀에 꽂는 보청기다. 고객은 대부분 60~70대의 노인들이다. 이들이 보청기를 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검사나 상담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다. 이들이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런 고객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줬더니 그는 노인 고객들로부터 ‘내 딸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이 드신 손님들은 모두 제 부모님처럼 느껴져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장구도 치고, 손도 잡아드리고 격려를 해드리죠. 그러면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 제품을 사시더군요.”
난청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예민하고 성격이 조급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다짜고짜 찾아와 기계작동이 안 된다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객의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다.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면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기 마련. 그런 다음 불평을 차분히 해결해주면 돌아갈 때는 십중팔구 웃으며 돌아가게 된다고. 최근에는 소음으로 인한 젊은 난청환자들과 유소아 환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이 씨가 운영하는 점포는 대로변 2층에 있다. 보청기를 쓰는 고객들이 대부분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인데 점포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전업 주부에서 지난 2005년 12월 창업한 이 씨는 운영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고객이 보청기를 사러 오면 우선 청력 테스트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맞춤식 보청기를 제작한다. 보청기의 형태는 ‘귀걸이형’과 ‘귓속형’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귀걸이형은 매장에서 직접 제작이 가능하며 귓속형제품은 본을 떠 본사로 보내면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보청기 가격은 100만~600만 원 선. 귀걸이형보다는 귓속형 제품이, 또 크기가 작을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이 중에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제품은 100만~200만 원의 제품이다.
보청기의 수명은 5~6년이지만 대부분 보관 부주의가 많아 이보다는 주기가 짧은 편이라고. 최근 다양한 주파수를 잡아내는 디지털 제품이 출시되면서 기존 아날로그 제품을 쓰던 고객들이 디지털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이 씨가 고객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면, 남편은 영업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복지관, 노인정, 난청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이비인후과 등을 자주 찾는다고. 지하철 노선도 광고 및 현수막 등 꾸준한 홍보 전략도 필수다. 현재 수원역점의 고정고객은 200명 정도다.
이정훈 씨의 보청기 대리점 창업비용은 7000만 원 정도 들었다(20평 기준. 점포비용 제외. 가맹비 500만 원, 청력검사기 등 장비 3000만 원, 보청기 등 초도물품 500만 원, 인테리어 및 시설 3000만 원). 월 평균 매출은 1500만 원. 마진율은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