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013년까지 내부 복원 끝에 현재는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경교장 복원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인수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이자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올해 6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공개서한을 통해 경교장 복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도 문 대통령의 약속을 언급하며 미래의학관 신축공사 중단과 경교장 복원을 주장했다. 도대체 그가 말하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어떤 내용일까.
김인수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방문 당시 경교장 복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서 진행된 간담회. 사진=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제공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에 방문할 당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교장 복원 추진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간담회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숙 여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 정부 인사와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충칭 지부장 유수동 씨(광복군 출신 유진동 의사의 아들)를 포함해 여러 명의 독립 유공자 후손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유수동 지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대화록을 ‘문 대통령의 경교장 복원 추진 약속’의 근거로 제시한다. 또 당시 간담회에서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장의 발언 이후 문 대통령이 ‘더 하실 말씀 없습니까’라고 묻자 유 지부장이 손을 들어 경교장 복원을 호소하는 발언을 했고 이어 상의 안주머니에서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서한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대화록에 따르면 유수동 지부장은 “1945년 11월 부친은 김구 주석과 함께 환국하여 경교장에 도착하셨고 그곳에서 김구 주석과 임정활동을 했다”며 “경교장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서 역대 정부가 중시하지 않았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통령님께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경교장의 정상적인 복원에 관심과 지지를 많이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유진동 선생이 임시 정부에서 많은 요직을 맡으면서 한국독립운동에 큰 공헌을 하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고 있다. 경교장 복원도 임정기념관 건립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발언했고, 이런 내용도 대화록에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청와대에 경교장 복원 약속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공문 보내고, 3월에는 ‘99주년 3·1절 기념식 및 경교장 정상 복원 환영대회’를 개최해 여러 주요 정부 인사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이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게 축전까지 왔다. 또 6월에는 청와대에 등기로 공개서한을 보냈다”며 “만약 문 대통령이 경교장 복원 추진을 약속하지 않았는데 내가 일방적인 주장을 한다면 지난 1년간 약속 이행 촉구를 할 때 왜 아무런 논평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지 모르겠다. 단지 검토한다는 의미였다면 그렇게라도 답변을 줘야하지 않았겠나” 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 제공
김 대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다고 하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경교장 복원 추진과 관련한) 그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의 평소) 화법 상으로도 정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그 자리에서 이렇다저렇다 의사를 바로 밝히시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약속을 외면하는 사이 강북삼성병원이 예정대로 미래의학관 신축을 시작했고, 경교장은 더욱 소외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2016년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는 강북삼성병원이 제출한 병원시설 증축 관련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부결시켰으나 지난해 3월 경교장 및 주변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신청을 받아들였다. 강북삼성병원이 제출한 종합정비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경교장과 본관 분리, 아름다리 이전·철거, 소아과동 철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미래의학관이 완공되면 경교장은 병원 우측에 더욱 왜소한 모습으로 전락한다”며 “오로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삼성은 경교장의 원형 복원을 크게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계속해서 협의해 가며 제출한 종합정비계획을 이행할 것”이라며 “경교장 뒤 간판 같은 부분은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아직 늦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경교장을 방문해 실상을 확인하고 정상적인 복원에 나서야 한다”라며 “3.1혁명과 임정수립 100주년이 반년도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