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재정비를 요구하는 팬덤의 공식 입장문. 사진=디시인사이드 젝스키스 갤러리 제공
강성훈은 일련의 사건에서 변호사를 2명 선임했다. 첫 번째는 대만 팬미팅 피소 사건에서 선임했던 정종하 변호사이고, 두 번째는 팬덤 피소 사건에 이르러 새로 선임한 법률사무소 승민의 조대진 변호사다. 조대진 변호사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에서 임 전 고문 측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변호사들의 주장은 동일했다. 대만 팬미팅 주최 측이나 팬덤이 제기한 소송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며, 강성훈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후니월드(회사명 포에버2228)’의 문제이므로 강성훈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강성훈이 그의 개인 팬카페이자 소속사인 후니월드의 주인 역할을 맡아왔다는 건 강성훈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강성훈은 팬덤에 “후니월드와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는 나”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를 이용해 팬카페 운영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팬들을 억눌러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더욱이 후니월드의 실질적인 운영자이자 강성훈의 여자친구로 지목된 박 아무개 씨(34)에 대한 강성훈 측의 해명도 일부 허위임이 밝혀지기까지 했다. 당초 강성훈 측은 이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 씨에 대해 “후니월드 운영과 관계없는 개인 스태프일 뿐이며 나와도 관계가 없다”며 팬들의 의견을 묵살해 왔던 바 있다.
그러나 박 씨가 직접 ‘후니월드 제너럴 매니저(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대만 팬미팅 사기 소송 사건에 강성훈과 함께 대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에서 강성훈은 대만 측과 소송 전 합의 여부를 논하기 위해 몇 차례 한국에서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 박 씨도 후니월드의 실질적 대표 지위로 꾸준히 참석했다.
사진=MBC 무한도전 ‘토토가-젝스키스 편’ 캡처
박 씨가 강성훈의 연인이라는 의혹을 차치하더라도, 이처럼 그가 ‘후니월드 대표’로 일련의 사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강성훈이 몰랐을 리는 없어 보인다. 박 씨가 강성훈 관련 문제를 팬덤이나 대만 팬미팅 주최사 측에 전달할 때마다 “오빠(강성훈)가 이렇게 하길 원한다”라는 식으로 직접 언급해 왔다는 증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팬덤이나 대만 측이 박 씨의 요청대로 일을 마무리하면, 강성훈이 최종 확인을 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사안이 진행됐다.
강성훈의 팬미팅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박 씨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만 측과의 사이가 틀어지자, YG를 내세워 이들을 압박하려 한 것 역시 후니월드의 실질적 운영자, 즉 박 씨라는 점이다. 일요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은, 박 씨가 YG의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대만 측에 보내 “계약대로 팬미팅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YG가 나서 법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와 관련 YG 측은 일요신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다. 관련 내용을 지금에서야 보고 받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YG 법무팀이 직접 나서 박 씨가 보낸 메일과 자료를 취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팬덤은 결국 YG에 젝스키스 재정비를 요구하는 단체 행동까지 나선 상황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YG가 공식적으로 강성훈을 그룹에서 퇴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히 개인 사정으로 빠질 경우에는 ‘젝스키스 출신’이라는 브랜드로 활동이 가능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미스런 사정으로 퇴출된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성훈의 개인 소속사 후니월드 측에서 8월 23일 YG로부터 받았다는 요청 사실을 정리해 보낸 메일의 일부. 사진=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YG는 왜 팬들의 단체 행동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지난 9월부터 YG는 “강성훈의 단독 팬미팅은 본인이 독자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YG는 모든 사안을 자세히 알아보고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히 문제점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 외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팬미팅 관련 피해자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강성훈에 대한 법적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소속사가 나서서 퇴출 운운을 한다는 게 시기상조이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올 한 해 강성훈의 이름이 언급됐던 사건은 지난 3월 다른 사기 사건을 포함해 전부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일부는 검찰 선에서 무혐의로 결정된 것도 있으니 섣불리 무마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거론된 내용이 YG급 회사의 이름을 달고 오르내리기엔 좀 ‘레벨이 달린다’”는 해석도 있었다. 앞선 관계자는 “YG라고 좋아서 대중들 시선을 신경 끄고 ‘마이 웨이’ 하겠나. 제대로 실체도 파악 안 된 개인 회사가 YG이름을 도용하고, 이를 협박 용도로 사용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도 큰일이지만, 그 회사가 심지어 YG 소속 가수의 회사라면 YG로서는 이래저래 자존심 구기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굳이 앞서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성훈은 지난 11월 이후 언론의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근황을 공개해 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