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월 투자금 유치 이후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특가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대대적인 배너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창에 뜨는 ‘품절속출 1일특가’, ‘쿠팡 최대 84% 할인’과 같은 배너가 대표적이다. 특히 해당 배너는 노출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에 더해 제품을 매입하는 가격보다 싸게 파는 특가 판매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역마진 마케팅으로 불린다. 예컨대 상품 매입 가격이 100원이라면 소비자에겐 80원에 파는 것으로서 20원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1월은 11번가가 진행하는 ‘11절’,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 등이 있는 달로 유통업계가 온라인 마케팅으로 전쟁을 치르는 달인데, 쿠팡은 지난 11월부터 말도 안 되는 특가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자본이 전액 잠식됐을 때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쿠팡은 또 84% 할인 특가를 적용해 생수 6개 1000원과 같은 배너를 꾸준히 노출하고 있다. 네이버 기준 모바일 메인 배너 노출 광고는 30분에 수천만 원이 넘는다. 쿠팡의 경쟁업체 기획 담당자는 “쿠팡이 주요 배너를 선점해 예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쿠팡 배송차량에 ‘로켓배송’이 크게 쓰여있다. 일요신문
문제는 쿠팡의 마케팅 강화가 고스란히 쿠팡맨의 짐으로 돌아온다는 데 있다. 매출액은 증가하지만 쿠팡맨은 늘리지 않는 탓이다. 쿠팡은 추가 투자에 기반을 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많은 5조 원으로 잡았지만, 쿠팡맨 수는 3500여 명으로 여일한 상태다. 지난해 쿠팡은 전체 쿠팡맨 수가 350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정규직은 30% 정도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2015년 11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알리며 “쿠팡맨을 2016년 1만 명, 2017년 1만 5000명으로 늘리고 이 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쿠팡의 전체 매출에서 쿠팡맨이 담당하는 역할은 크다. 쿠팡의 서비스 차별화인 직매입제가 쿠팡맨의 로켓배송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을 통한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호응을 얻으며 2014년 이후 3년 만에 매출액 기준 7.6배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2조 6814억 원 중 90%가 직매입이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일하는 쿠팡맨 1명이 처리한 물량 역시 매출액 증가와 궤를 같이 했다. 2014년 12월부터 쿠팡맨으로 일했다는 최지영 씨(가명·36)는 “2014년엔 하루 40여 건 기프트(상품)를 처리했지만 지난해엔 하루 230여 개를 쳤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쿠팡이 투자 유치 이후 확장을 꾀하는 신규 서비스 대부분이 배송으로 완성된다는 데 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을 내고 로켓무료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을 추진하고 있다. 90일간 무료 이용 윌 이용료 일시 할인 마케팅 등으로 로켓와우클럽은 서비스 시행 이후 1주일 만에 15만 명이 가입했다. 쿠팡은 이내 가입자 수 100만 명 도달이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쿠팡맨 수는 3500여 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유치 이후 진행하는 쿠팡맨 추가 채용은 서울·수도권으로 한정됐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로켓배송 상품 품목은 현재 400만 개, 하루 평균 약 100만 개 상품이 배송된다. 하루 평균 120만 개 상품을 배송하는 국내 택배업계 2위 한진택배에 맞먹는다. 그러나 한진택배 배송 차량은 7000대, 쿠팡의 배송 차량은 절반 수준인 3000여 대다. 배송 차량 1대당 취급 상품 수에서 쿠팡이 333개로 한진택배 171개를 압도한다. 이에 쿠팡은 한진택배와 달리 배송 물량의 상당수를 일반인 활용 배송서비스인 ‘쿠팡플렉스’로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로켓와우클럽의 새벽배송도 일부 쿠팡플렉스로 처리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각 캠프에서 쿠팡플렉스가 처리하는 물량은 약 25%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100만 개 중 25만 개를 일반인이 건당 750~2000원을 받고 처리하고, 나머지 75만 개는 쿠팡맨이 처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쿠팡의 배송 차량 1대당 취급 상품은 250개에 달한다. 하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쿠팡은 물류업계에서 유일하게 배송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쿠팡맨들은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규직 비율이 30%에 불과한 이유”라고 했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쿠팡맨 박수영 씨(가명·40)는 “쿠팡플렉스를 활용해 쿠팡맨 짐을 덜어준다고 하고 있지만, 건당 배송으로 돈을 받는 일반인들은 짐이 크거나 무겁거나 거리가 멀거나 하면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크고 무거운 상품, 거리가 멀거나 잘못 배송된 상품은 쿠팡맨이 직접 챙겨야 해 두 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직쟁의부실장은 “마케팅에 쓰는 비용을 줄여 쿠팡맨을 늘리는 일을 진행해야 함에도 매출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마케팅은 투자 이전부터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던 건이고, 쿠팡맨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2015년 쿠팡맨의 수가 배송 물량에 비해 많았던 것이지 현재 내부 로켓배송 등 배송 물량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