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임드(NAMED)는 네이버의 통합 ID 로그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임드는 스포츠 커뮤니티로 소개되지만 사다리 게임 등 불법 도박 행위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종의 도박 연계 사이트다. 불법 도박에 대한 위험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가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네임드와 공유한 셈이다. ‘일요신문’이 이같은 실태를 단독고발한다.
네임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네이버 통합 ID 로그인 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제보자 A 씨는 최근 네임드 홈페이지를 우연히 방문한 뒤 황당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네이버에 연동된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간편하게 네임드에 로그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네임드 채팅방은 불법 사설 도박을 장려하는데 어떻게 네이버 로그인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네이버 로그인이 되면 신뢰도가 높아져서 성인과 청소년의 무분별한 가입이 쉬워진다. 국내 최대 사설 도박 사이트와 최대 포털 사이트의 합작품인가”라고 의아해 했다.
실제로 네임드 홈페이지에서는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네임드 웹에서 XX님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름,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네임드에 로그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네임드 측은 “네이버 로그인은 회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라며 “우리 사이트엔 베팅 시스템이 없다. 불법 사설 정보를 홍보하지도 않는다. 홍보 업자는 실시간으로 제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네임드 홈페이지 사다리 화면, 회차별 결과가 영상으로 제공된다. 왼편 채팅방에 들어가면 사설 불법 도박 정보가 가득하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네임드의 해명과 달리 홈페이지에선 사다리게임 등 불법 사행성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홈페이지 메뉴 중 하나인 ‘방채팅’을 누르면, 사다리게임과 관련된 수많은 채팅방이 나온다. 각 방의 참여 인원은 약 1000여 명으로 이들은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면서 사다리게임을 한다.
사다리게임은 사다리를 기반으로 홀수·짝수에 돈을 걸어 결과를 맞히면 돈을 따는 방식의 사행성 도박이다. 네임드 사다리게임은 2013년부터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널리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네임드 홈페이지에서 불법 사설도박 업자들의 ‘미끼’들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 가장 왼쪽에 ‘사다리’ 모양의 표시를 클릭하면, 회원들의 실시간 대화가 나온다. “5승 2패, 4승 3패” 등 자신의 사다리게임 전적과 함께 연승구간과 지난회차 공개 등 도박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이 즐비하다. 또 불법 사설도박 정보를 채팅방을 통해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네임드 측은 “홈페이지상의 사다리게임 콘텐츠는 유저의 참여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고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서비스를 제한 중이다”며 “사이트에 있는 사다리게임은 단순 영상물이다. 회원 가입 및 로그인을 하더라도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채팅방에 입장하면 방장이 불법 도박 권유 메시지를 보내온다(좌), 네임드 채팅방 목록
하지만 네임드 홈페이지에 있는 사다리 영상물은 실시간으로 회차별 ‘홀짝’ 결과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별도의 채팅방에 입장하면 사다리를 이용한 사설도박 관련 내용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12월 11일 기자가 네이버 아이디를 연동해 네임드의 한 채팅방에 입장한 순간, B 방장은 “사다리 게임이다.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달라”며 1대1 채팅을 요청했다. B 방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배팅법, 분석법, 금액을 조절하는 법을 무료로 알려준다. 일단 X이터 가입을 해달라”고 인터넷 주소 링크를 보내왔다.
B 방장이 보내온 인터넷 주소는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였다. 다른 채팅방에서도 방장들은 즉시 채팅을 요청해 왔다. 채팅을 수락하면 “얼마부터 생각하고 있느냐. 처음에는 쉽다”며 사다리게임 참여를 끊임없이 독려했다. 답을 하지 않으면 보이스톡 메시지로 연락을 취하거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뒤늦게 네임드 측에 제공한 네이버 아이디의 개인정보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네임드 홈페이지 운영자는 L 사다. ‘사다리게임’의 제작업체인 L 사는 그동안 수차례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2016년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L 사의 운영자를 입건했지만 L 사는 운영자를 계속 바꾼 채 영업을 계속해 왔다.
게임물관리위가 ‘일요신문’에 제공한 L사 관련 처리 자료.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L 사는 최근에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7년 11월 30일 게임위에 사다리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신청했다. 게임산업진흥법상 도박 계열 게임은 등급을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사다리게임에 대해 올해 1월 24일 ‘등급 거부’ 결정을 내렸다.
게임위는 2월 23일 L 사에 사다리를 포함한 게임 3종에 대해 시정권고의 일환으로 ‘게임물 이용 제공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L사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7월 17일 게임위는 수사를 의뢰했고, 12월 3일 서울중앙지검은 L 사에 약식 처분 통보를 내렸다.
게임위는 당시 경찰 수사와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했다. 3월 5일 서울수서경찰서에 사다리게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동시에 서울강남구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수서경찰서는 4월 24일 L 사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고, 사건은 진행 중이다. 강남구청은 7월 17일 L 사에 사다리게임을 포함한 게임에 ‘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게임위 관계자는 “등급이 거부됐는데도 업체가 게임물을 계속 제공했다. 사후관리심의회 상정을 거쳐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30일 정도 영업정지를 매겼다. 게임물관리위 자료를 토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네임드 측과 채팅방을 개설한 사설도박 업주들의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은 이상 네임드를 도박장 개설 관련 혐의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그런 연결고리는 수사기관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강남구청도 30일 정지 명령이 아니라 폐쇄 처분을 했어야 한다. 행정당국의 의지부족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측은 “담당자가 다른 분이었다. 그분이 팀장과 상의를 해서 한달 간 영업정지 처분 결정을 내렸다. 채팅방의 도박 행위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네임드 측은 “회사의 약관상 불법사이트를 추천하고 홍보하는 행위를 비롯해 다양한 불법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클린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네임드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진 모든 채팅 내용을 확인하고 규제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서비스는 네이버 개발자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개발자센터 홈페이지에서 ‘로그인 인증 요청 API’를 신청하고 연동을 원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물론 사전 검수 절차가 있지만 개발자센터 측은 아이디 사용처 등에 대해서만 심사한다. 네이버와 네임드가 ‘기막힌 만남’을 시작한 계기다.
이에 대해 네이버개발자센터 관계자는 “네임드 사이트 확인 결과, 사전 검수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생성된 클라이언트로 확인된다”며 “사전 검수 제도 이전에는 검수 없이 로그인 서비스 적용이 가능했고, 사후 검수를 통해 문제가 되는 서비스를 제한했다. 당시 사후 검수에서 네임드는 단순히 스포츠 스코어 정보 제공 사이트로 확인됐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다시 검수해서 제한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L 사는 수년 동안 사정당국 수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을 받는 등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네임드 홈페이지 채팅방에서는 지금도 불법도박 유인 행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네임드 홈페이의 주말 접속자는 10만 명에 달한다. 심지어 네임드의 네이버 아이디 연동 서비스가 수많은 회원들을 무방비로 불법 사설 도박에 노출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